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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건강보험 재정 누수,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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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4 22:58:33 수정 : 2025-09-24 22:58:32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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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적자 전환, 8년 후 준비금 고갈
‘사무장 병원’ 적발 특사경 도입돼야
본인부담상한제 허점에 도덕적 해이
보험료 경감제 폐지도 검토해볼 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플 때 기댈 든든한 언덕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이다. 올해 건보 총지출은 105조2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반면 건보 재정은 위태롭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3차 장기재정전망(2025~65년)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 적자로 돌아선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작년 말 현재 건보 누적 준비금이 3.8개월분 급여비 지출액에 해당하는 29조7221억원으로 역대 최대에 달한다며 당장 재정이 고갈될 우려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8년 후인 2033년이면 준비금마저 바닥난다는 게 장기재정전망의 내용이고 보면 지출을 효율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건보 재정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구조적인 적자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 인구 증가로 의료비 지출은 가파르게 느는 데 반해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 건보료를 부담하는 근로 인구는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탓이다. 전년 대비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2021년 10.8%, 2022년 10.6%, 2023년 6.5%, 2024년 3.0%로 둔화 양상이다. 같은 기간 보험급여비 증가율은 ‘5.4%→9.8%→6.8%→7.3%’로 수입을 추월했다.

황계식 논설위원

이런 상황에도 제도적인 미비 탓에 건보 재정이 줄줄 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표적으로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 명의만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은 오랫동안 재정을 좀먹어왔다. 과잉·불법 진료를 일삼은 이들 기관에 지난 14년간 부과된 부당이득 환수 결정액은 3조4000억원이지만, 징수는 7%에도 못 미친다. 경찰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에 달하다 보니 불법 재산 대부분이 은닉된 탓이라고 한다. 그간 건보료를 징수하는 건강보험공단에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불법 재산을 신속하게 동결·환수하자는 목소리도 컸으나 의료계의 반대 등에 번번이 좌절됐었다. 정부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2027년까지 특사경 도입을 못 박았는데, 의·정 갈등으로 틀어졌던 의사단체 등의 눈치를 보다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뒷돈)와 입찰 담합으로 부풀려진 의약품 비용 및 과다 처방 또한 대표적인 재정 누수 요인이다. 단속과 처벌에도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데, 약가 제도와 유통구조의 개선이 근본적 해법이다. 성분명 처방(의약품 상품명이 아닌 약물의 성분명으로 처방)을 활성화할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연간 1조1000억원 규모인 건보료 경감제도는 자칫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본인부담상한제의 제도적 허점 탓에 건보료를 13개월 이상 1000만원 넘게 안 낸 고액 장기 체납자 1926명이 최근 5년간 의료비 18억9344만원을 환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체납금은 390억3265만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액을 지급할 때 체납된 건보료를 제외할 근거 규정이 없는 탓인데, 당장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앞서 건강보험연구원은 ‘55세 이상 여성 단독세대’에 대한 건보료 경감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65세 이상 노인 경감’으로 통합하고, 고소득자까지 혜택을 받는 ‘농어촌 경감’에는 일반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재산 기준을 도입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섬·벽지 등을 빼면 경감제도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하는 게 바람직한 만큼 검토해볼 만한 제안이다.

지속가능한 건보 재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료 수입에 연동해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당장 정부는 건보 비급여 항목인 간병비의 본인 부담률을 2030년까지 30% 안팎으로 낮추기 위해 지출을 6조5000억원가량 늘려야 하는데, 대신 다른 보장 혜택은 줄여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게 불가피하다. 보장 축소에는 거센 반발이 따르겠지만, 미래 세대에 빚더미 건보 재정을 넘겨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우리 세대가 반드시 감내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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