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태도 등 변수 많아…순방 마친 李대통령, 현실화 방안 고심할 듯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받아냄에 따라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반도 평화의 중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일본 순방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귀국하는 이 대통령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빈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추동할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APEC 정상회담 참석할 것이냐'는 한국 기자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면서 "이전에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적이 있고, 그들이 보여준 미국에 대한 존경 등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무역회의(trade meeting)를 주재한다. 나는 무역회의에서 잠시 빠져나와 여러분 대통령이 원하면 그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에 참석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후속 질문에 웃으면서 "흥미롭다"며 "우리는 당신(이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주선(arrange)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에게 "그러길 바라느냐"고 물은 뒤 "현재로서는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김정은과 사이가 좋고, 무엇이든 내가 한국과 관련해 사람들을 모으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APEC 참석을 위한 방한을 계기로 잠시 자리를 벗어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일을 할 수 있고, 김 위원장과의 북미 대화나 이 대통령도 합류한 남북미 대화까지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예정 없이 한국을 방문,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당시와 같은 '깜짝 회동'이 재연될 가능성과 함께, APEC 정상회의 자체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시기와 맞물려 중국에 파견한 특사단을 통해 시 주석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일각에서는 APEC에 북한을 초청하자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APEC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다자간 협의의 장이 열리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희망 사항에 가까운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립서비스'에 그쳤을 수 있고,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변덕을 고려하면 언제든 말을 뒤집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북한 역시 이 대통령의 꾸준한 '대화 손짓'에도 비난을 거듭하며 한국 정부의 인내를 시험하는 실정이다.
다만 그간 북한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긍정적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희망적인 신호인 만큼, 이 대통령은 작은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아직은 제안 단계이고 구상 단계의 초기"라며 "좀 더 상의하고 구체화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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