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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트럼프 안보청구서’ 전략적 수용… ‘동맹 강화’ 큰 틀 합의 [韓·美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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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6 18:15:53 수정 : 2025-08-26 21:46:17
정지혜·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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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현대화]
국방비 증액 공식화

한·미, 한반도 방위태세 강화 공감
분담금 인상 등 민감의제 논의 안해
트럼프, 미군 감축엔 “우린 친구”

“李대통령, 국방비 증액 먼저 거론”
美 무기구매·방위 기여 확대 가능

9월 양국 국방협의체서 본격 논의
미군 배치·안보 분담 등 뇌관 전망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 인상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동맹 현대화’ 과제 중 우리 측이 비교적 수용할 수 있는 사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양국이 한반도에서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려했던 주한미군 감축이나 대중 견제 등 민감한 안보 의제가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것을 비롯해 ‘동맹 현대화’에 대해 한·미가 큰 시각차를 보이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국방·안보 분야의 핵심 의제로 관측된 동맹 현대화 관련 논의에서 한·미 정상은 큰 틀에서 “동맹을 강화해가자”는 방향성에 합의했다. 미국 측이 그동안 요구해 온 국방비 증액을 한국이 수용하면서 방위 기여도를 높이고,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분담금 관련해서는 언급 없이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비준을 마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재협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국방비 인상을 압박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라는 국방비 지출 기준을 제시해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을 맞추려면 132조원까지 늘려야 한다.

지난해 말 만들어진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에서 한국 국방예산은 2026년 66조7000억원, 2027년 72조4000억원, 2028년 78조3000억원, 2029년 84조7000억원으로 계획됐다. 이후 새 정부가 출범했고,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증액이 거론됐다는 점에서 새롭게 작성될 ‘2026∼2030 국방중기계획’에선 국방예산 규모가 기존 계획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에서 국방비 증액은 이 대통령이 먼저 거론했다”며 “이에 대해 미국 측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국방비 증액은 무기 구매력 확대, 국방력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첨단 무기를 구매하고, 역내 방위에서 역할을 확대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도 등이 미국과 마음이 맞는 대목이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최근 이란·이스라엘 분쟁 시 미국 본토에서 출격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던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언급하며 미국산 무기 구매 문제를 거론했다. 군 당국은 기존 전력증강계획와 무기체계 소요 등을 토대로 미국산 무기 구매가 가능한 부분을 확인, 관련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우선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의 이동을 도울 헬기를 도입하는 지휘헬기-Ⅱ 사업이 있다. 2031년까지 약 8700억원이 투입되는데, 미국 벨(Bell 525)·록히드마틴(S92A+) 등이 후보에 올라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임여단 공중침투를 도울 특수작전헬기를 도입하는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은 2033년까지 3조3657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미국 보잉(CH-47F)·록히드마틴(CH-53K)이 경합 중이다.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2032년까지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구매하는 해상작전헬기-Ⅱ 사업은 록히드마틴(MH-60R)이 단일 후보다. 이외에도 전력증강계획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거나 미국산 장비·부품이 많이 쓰이는 국내 무기개발 사업 등도 추진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26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와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과 관련한 대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러 갈 때 이 대통령이 같이 갈 것이냐고 농담하듯 물었다. 미국 쪽에 더 명확히 서라는 등 미국은 한·중 관계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왔는데, 이것이 무색할 만한 내용이다.

다만 앞으로 날아올 ‘안보 청구서’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양측은 안보 분야에서 추가적인 세부 논의를 통해 회담 성과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미 국방부는 다음달 실장급 협의체인 한·미 국방통합협의체(KIDD)를 개최한다. 10∼11월에는 양국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은 협의체를 통해 양국은 동맹 현대화, 안보분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유연성·해외 주둔 미군 배치와 임무 조정 등을 포함한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지휘구조 변경, 안보 분담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지혜·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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