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 땅 깊숙이 묻혀 있던 백제의 이야기가 금빛 장신구와 함께 세상 위로 올라왔다. 은선리와 도계리 고분군에서 최근 발굴된 금제 구슬과 화형 장식, 청동 팔찌와 유리 구슬들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이 지역이 백제의 심장부였음을 웅변한다.

26일 정읍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보수 정비 사업 일환으로 사적으로 지정된 은선리와 도계리 고분군을 대상으로 정밀 발굴 조사를 진행해 삼족토기와 광구장경호, 대부완 등 백제계 토기류와 철기류, 그리고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금제 장신구가 무더기로 확인했다.
학계는 이번 출토품이 백제 한성기와 웅진기의 유적들과 비교 가능한 수준이라며 주목한다. 성남 판교와 하남 감일동, 공주 금학동, 군산 여방리에서 나온 유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은 정읍이 백제 문화권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 무대였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고분군은 영원면 일대 2㎞ 구간에 걸쳐 270여 기가 분포하며, 특히 횡혈식 석실분 56기가 집중된 곳이다. 일부 고분은 도굴로 훼손됐지만, 남은 흔적만으로도 당시 지방 지배 세력의 정치적 위상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엿볼 수 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이번 발굴 성과로 정읍의 백제 중심지 위상이 다시 확인됐다”며 “학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유적을 시민과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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