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 놓고 극과 극 해석 나와
‘지배구조 선진화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계기가 될까, 한국 기업에 대한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일까.’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주주가 보유 한 모든 표를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1→2명)도 마찬가지로 소액주주가 감사위원 선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업의 회계∙내부감사를 감독하는 감사위원 3명 중 1명만 기존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2명 이상이 분리 선출되면 아무리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도 소액주주가 연합해 감사위원 1명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놓고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 비일비재했던 한국 기업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해 ‘코스피 5000’을 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와 함께, 해외 헤지펀드 등 적대적 세력이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무기가 돼 한국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이전)’를 촉발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코스피 5000 달성 발판”
2차 상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2명 가운데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이 찬성표를 던졌고 개혁신당 의원(2명)이 기권표를 행사했다. ‘경제 내란법’이라며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표결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탠더드 강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난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발판이자 위대한 진전”이라며 “과도한 부동산 의존에서 벗어나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려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겠다. 배임죄 등 형벌·민사책임 합리화 조치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본시장 선진화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 남은 과제들도 최선을 다해 앞장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로 맞선 것에 대해 “내용도, 태도도, 절박함도 없는 ‘3무(無) 낙제’다. 법안 처리를 막기는커녕 국민의힘의 앞길을 막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엑소더스 촉발할 것”
국민의힘은 ‘집중투표제’가 소액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현실에선 외국계 헤지펀드나 투기자본이 일정 지분을 확보한 뒤 이사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찬가지로 외국계 펀드가 감사위원 자리를 확보하면 배당 확대, 자산 매각 등 단기 수익 위주의 경영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법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든 대선 청구서임을 감안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국민을 버리고 강성 노조와 지지 세력만 챙기는 반국민·반경제적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조용히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소수 주주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기업 경영권을 무력화하고 해외 투기자본에 기업을 내주는 명백한 자해 입법”이라며 “기업을 살리기는커녕 옭아매는 법안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무모한 폭주”라고 밝혔다. 이어 “관세 협상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해놓고, 정작 기업 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이대로 가면 한국은 ‘노조 천국·기업 지옥’으로 낙인찍히고 투자자 이탈과 기업 엑소더스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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