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유연성, 농축산 개방 압박 숙제…"北문제 길 만들어야" 의지

한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통상·안보 현안에서 미국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합류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후 이뤄진 만큼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동맹현대화를 비롯한 안보 의제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면서 미국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낮 12시(한국시간 26일 새벽 1시)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뒤 24일 미국에 도착, 정상회담 막바지 준비에 나섰다.
◆ "주한미군 유연화 동의 못해"…원자력 협정, 한미일 공조로 美 요구 받아칠까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상·안보 분야에서 우리 정부에 추가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한국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세협상이 타결됐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됨에 따라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압박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의제가 한미동맹 현대화다. 미국 측은 동맹 현대화를 명목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국방비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한국에 요구해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지력, 즉 중국 견제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재명 정부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이 대통령도 미국으로 향하던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의 주한미군 역할 조정은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관련 협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다"고 전했지만 해당 사안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도 엮여 있다. 국방비 증액 수준에서 절충안을 찾으려는 한국 측에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협상 카드로 고려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안보 청구서를 고수할 경우 협정 개정을 얻어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협정 개정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면 '잠재적 핵능력 보유국'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도 안보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찾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태 지역 전략의 대전제가 한미일 삼각 협력인 만큼 공조 의지의 시그널을 미국 측에 보낸 셈이다.
◆농축산물 개방 요구하는 美…韓, 철강 관세 낮추고 기업 이익 극대화 방안 찾아야
미국은 이미 타결된 관세협상에서도 한국 측의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쌀·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는 합의 내용을 뒤집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은 이 또한 "일단 한 합의를 쉽게 뒤집거나 바꾸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상호 승인해 내용이 정해졌는데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 분야에서도 비관세 장벽 철폐 등 미국 측 요구를 받아치면서 동시에 철강 품목 관세 인하 같은 우리가 필요한 사안은 얻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철강의 경우 50%의 품목 관세가 적용돼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실현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 극대화 방안을 찾는 것도 숙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이)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최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우리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李대통령 "北 문제 길 만들어야" 한반도 의제 띄우기 의지도
취임 82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그 과정이 매우 힘든 건 분명하다"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통상·안보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한미 간 주요 의제로 띄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며 "그 얘기는 누가 하든지 아마 한 번쯤은 해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길을 한 번 만들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신뢰 복원 과정에 북미, 남북미 대화가 필수적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한반도 테이블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뉴스1>뉴스1>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