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지역 억지력 강화 강조하며
대중견제 동참 명시화 요구 가능성
美 제시할 안보청구서 방어 동시에
한·미 원전협정 완화도 이끌어내야
농산물 개방 확대 등 비관세 영역선
트럼프 돌발요구 가능성 배제 못해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국방비 인상이나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비롯한 동맹 현대화 등 미국의 요구에 대응해 한국이 역내 방위 기여도를 높이는 대신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의 제도적 협력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 명시화, 농산물 같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돌발 요구 등을 잘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취임 이후 첫 방미 일정에 돌입한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및 정상회담을 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주제에 대해 “큰 분야는 경제 통상 분야 안정화”이며 “그 다음에 동맹 관계를 어떻게 현대화하느냐, 또 하나는 새로운 협력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가느냐”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양국 고위급 실무 논의는 지난 주 후반부터 진행된 상태다.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회동 직후 자료를 내고 “두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집단 부담 분담을 확대하며, 미국 제조업의 재활성화를 돕고, 공정성과 상호성을 회복하는 미래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진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인태 지역 억지력 강화와 집단 부담 분담 확대는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적인 논의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차원의 국방비 증액을 통해 한국군의 방위능력을 강화, 한반도 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하도록 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한·미·일 3국 연합훈련과 정보공유 확대 등을 추진해 일본의 참여도를 높이면 인태 지역에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억지력은 기존보다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더라도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대체 전력 전개 등을 보장받고, 한국이 국제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맹 현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되 원자력 협정 개정 같은 한국이 원하는 의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국제대학원장)는 “원자력 협정 개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가능할 전망이 높다”며 “비확산이라는 규범에 그렇게 크게 얽매이지 않는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라늄 농축 시장을 러시아와 중국이 70% 정도 장악하고 있는데, 한·미 협력으로 이 시장도 되찾고 원자력발전소도 같이 만들자고 할 수 있다”며 “중·러가 약진하는 시장에서 한국이 잘하는 원자력 분야를 더 잘하려면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논리를 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 통상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같은 ‘돌발 요구’를 할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민감 쟁점이던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는 모호한 영역으로 남겨뒀다.

실제로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등 ‘레드라인’을 지켜냈다고 거듭 강조한 반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도 미국이 한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개선’을 요구해온 부분이다. 미국 측은 한국이 도입을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대표적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거론하면서 강한 관심사를 표명한 바 있다. 자국 기업인 구글·애플이 신청한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사전에 양국 간 협의가 된 사안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정상회담에서 얼마든지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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