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장어구이·안동 찜닭에
李·이시바 고향 주류도 곁들여
이시바 “대학생 때 카레만 먹어”
李 “캔디즈 들으며 먹는 모습 상상”
이시바, 李 저서에 서명 요청도
양 정상 부부, 다다미방 옮겨 환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23일 공동언론발표는 예정된 시각을 30분 이상 넘겨 오후 7시 이후 진행됐다. 앞선 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일 관계, 한·미·일 협력에 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길게 이어간 까닭에 발표가 지연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54분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4시 55분부터 5시 57분까지 소인수 회담을, 오후 6시부터 6시 51분까지 확대 회담을 진행해 회담에만 총 113분이 걸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두 정상이 국민 정서와 역사의 측면, 국민 간 신뢰를 심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대화했다”며 “소인수 회담에서는 상당 시간이 대미 관계, 관세 협상 등에 할애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먼저 상대해 본 이시바 총리가 그간 경험과 느낀 점에 대해 조언하는 형식이었으며, “마침 오늘(24일) 미국을 향해 떠나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 일본 측에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위 실장은 덧붙였다.
친교 만찬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만찬 메뉴로는 한국식 장어구이와 해조류 외에 안동 찜닭과 안동 소주, 돗토리 맥주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 이시바 총리 고향인 돗토리현 대표 음식과 주류가 테이블에 올라 “한·일 간 협력과 화합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또 다른 메뉴인 카레는 요리가 취미인 이시바 총리가 “대학생 시절 4년 동안 카레만 먹었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 이 대통령은 “캔디즈(1970년대 일본 걸그룹)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 번역판을 읽었다며 책에 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만찬 후에는 두 정상 부부만 따로 관저 내 다다미방인 화실(和室)로 장소를 옮겨 식후주를 곁들이며 30분간 대화를 더 이어갔다.
이시바 총리가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에 답장하느라 잠을 못 잔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난 주로 일을 시키는 (문자를 보내는) 편’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져 나왔으며,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이시바 총리가 총리에 당선될 때 (이시바 총리 부인) 요시코 여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정서적 공감대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번 방일 첫 일정으로 재일 동포들과 만나 군사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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