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에서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
“여러분은 언제나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현지 동포들을 만나 박정희 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 동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80년 광복절을 맞이해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떠올렸을 때 특히 마음이 쓰였던 분들이 바로 재일 동포 여러분”이라며 “아픔과 투쟁, 극복과 성장을 반복한 이 굴곡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굽이굽이마다 동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 지배의 아픔에 이어 분단의 아픔까지, 광복의 기쁨도 잠시 조국이 둘러 나뉘어 대립하면서 타국 생활의 서러움은 쉽게 잦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여러분은 언제나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돼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직시해야 될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있다”며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들이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 제가 직접 만나 뵌 분들도 몇몇 계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하자 간담회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다.
관동대학살도 언급하며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그리고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있는 유고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긴 세월 우여곡절을 넘어서서 한일 관계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며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우리의 말과 역사를 후대에 전해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낸 고귀한 헌신을 꼭 기억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여러분의 빛나는 활약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동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의 안전과 권익 보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로 확고하게 나아가겠다”며 “긍지와 자부심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자랑스러운 고국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김이중 재일민단 중앙본부 단장은 환영사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에 낸 재일동포 특별 메시지 등을 언급하며 "재일 동포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단장은 "이제 당당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함께 밝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 간 협력과 우호가 절실하다"며 정부의 각별한 지원을 당부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대통령의 일본 첫 공식 일정이다. 간담회에는 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 등이 우리 측으로 참석했고, 재일 동포 200여 명이 자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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