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기업 그만두고 축산 가업 물려받은 영암의 청년 '혁신 귀농인'

입력 : 2025-08-23 09:46:35 수정 : 2025-08-23 09:46:34
영암=김선덕기자 sdkim@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전남 영암으로 귀농한 청년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농업회사법인 ㈜그린데이 오승규 대표(31). 그는 3대째 이어온 축산업을 가업으로 물려받기 위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2년 전 귀농을 택했다.

오승규 그린데이 대표가 자신이 관리하는 한우 축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린데이 제공

오 대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뒤로하고 축산업이라는 낯선 영역으로 뛰어든다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자신의 힘으로 한 분야를 책임지고 운영해보겠다는 오랜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한우 축산업을 물려받아 경영 일선에 나선 그는 단순히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옛날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정보통신(IT)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한우 200여마리를 키우는 일은 호기롭게 귀농을 결정한 청년농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다.

 

부친이 그의 곁에서 한우 사육과 관련한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있지만 축사를 관리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한 끝에 오 대표는 200여마리에 이르는 한우 암소 개체별 이력, 산차, 교배 기록, 분만 주기, 도축일과 시세 흐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기록했다.

 

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자가 번식 전략과 출하 시점을 결정함으로써 축사 운영의 시스템화와 함께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특히, 그는 영암군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한우대학’ 등 다양한 실무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최근 오 대표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 자가 인공수정에 도전하며 보다 효율적인 사양 관리를 위해 직접 실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새로운 관리법을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농촌 현장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그는 '드론 조립'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실을 맺었다.

 

처음에는 드론을 활용해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현장의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결국 직접 기체를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자신만의 솔루션을 찾았다.

 

변변한 작업실도 없이 축사에 있는 퇴비사 한켠에서 시작한 드론 조립 작업은 날이 갈수록 숙련도를 높여갔고 이를 지켜본 주변 농민들로부터 정비 의뢰와 기술 문의가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농업법인회사 ㈜그린데이는 단순히 드론을 조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농업 환경에 맞춘 조정과 테스트, 세팅까지 수행하는 기술 중심 기업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종으로 E420P, NV20, G1700 등이 있으며 모든 기체는 비행 안정성, 살포 효율, 조작 편의성 등을 기준으로 사용자 맞춤형 조립과 튜닝을 제공하고 있다.

 

출고 전 기체는 정비와 실비행 테스트를 거쳐 농가 현장에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하고 사용자의 작업 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조정도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어 농업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년의 눈으로 농촌을 바라보고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기술을 통해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지닌 오 대표. 그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응원군은 지난 2023년 4월 결혼한 아내와 이제 갓 백일을 앞둔 아들이다.

 

오승규 그린데이 대표는 “농업 현장은 결코 멈춰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귀농을 결정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현장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혁신하는 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암=김선덕기자 sd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신은수 ‘심쿵’
  • 신은수 ‘심쿵’
  • 서예지 '반가운 손인사'
  • 김태희 ‘눈부신 미모’
  • 임윤아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