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가운데 제주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에서 아파트 단지가 가장 많은 서울은 설치율이 가장 높았다.
19일 소방청이 제공한 ‘노후아파트 스프링클러설비 미설치현황’(2025년 7월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4만9810단지 가운데 2만4401곳(49.99%)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807단지 중 698곳(86.5%)이 설치되지 않아 가장 높았고, 이어 대전(755단지 중 608곳 미설치, 80.5%)·경남(2642단지 중 1933곳, 77.8%)·대구(1782단지 중 1320곳, 74.1%) 순이었다. 전국에서 아파트 단지가 가장 많은 서울은 1만6763단지 중 3897곳으로 미설치율이 23.3%로 집계됐다.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미비한 이유로는 제도상으로 소급 적용이 어려워서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은 1990년 7월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으로 규정됐다. 2024년에는 11층 이상 모든 건축물의 모든 층, 2018년에는 6층 이상 건물로 확대됐다. 1990년 7월 이전에 지어졌거나, 이후 지어진 층수 규정 미달 건축물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법적 사각지대가 있는 사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진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 사고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아파트는 당시 준공법상으로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달 13일에는 부산 북구 만덕동의 15층 규모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나 집안에 있던 일가족 3명 중 2명이 사망했고, 같은달 2일과 6월24일에도 같은 지역 아파트에서 불이나 8세·6세 자매와 10세·7세 자매가 숨졌다.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였다. 부산은 4207단지 가운데 3004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미설치율이 71.4%에 달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를 유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설치 유무에 따라 사고 발생률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NFPA (미국 화재 방호 협회)가 지난 2017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자동 소화 시스템이 있는 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에 비해 민간인 사망률이 87% 낮고, 부상률은 27% 감소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안을 개정해 모든 공동주택에 소급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 교수는 다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해당 공동주택에 세액 공제나 화재 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설치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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