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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동의 없는 문신 금지 추진… “불법시술 양산” 우려도

입력 : 2025-08-19 19:35:00 수정 : 2025-08-19 18:54:55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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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문신사법 국회 상정

미성년 시술, 부모 허락받아야
청소년단체 “자기결정권 침해”
일각선 “위생 취약… 제한 당연”

이은선(25)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18살 때 손목에 작은 어린왕자 그림을 새겼다. 좋아하는 그림이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이씨는 “부모님은 계속 지우라고 하지만, 타투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신사법’ 제정에 대해 “문신을 합법화한다면서 청소년은 왜 불법에 두려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2년 전 우정 문신을 한 윤모(19)씨도 “지인 소개로 간 타투숍에서 서로의 초성을 팔에 새겼다”고 전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문신사제도화 민관협의회 TFT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신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윤·이씨처럼 문신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눈썹이나 입술 문신 등 미용 목적으로 하거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상징을 몸에 그려 넣는 것이다. 이씨는 “눈썹 문신은 정말 흔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이나 가족의 얼굴을 타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앞으로 부모 허락 없이 미성년자가 문신 시술을 받는 건 불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문신 금지’ 조항을 포함한 ‘문신사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다. 문신 시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에 대한 적정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이지만 청소년단체·교육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불법 시술’을 찾게 만드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제2법안소위 회의에서 문신사법 제정안을 상정하고 심사한다. 문신사법 제정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비의료인 문신 시술 행위를 제도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안이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2023 문신 시술 이용자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신 시술 이용자 500명 가운데 1.4%만 병의원을 이용했고, 문신 전문점은 81%에 달했다.

 

최근 개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기초로 보건복지부가 문신사법 통합안을 마련해 논의에 나선 만큼 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안에는 문신사 면허와 업무 범위, 영업소 위생안전 관리 등 규정과 함께 미성년자 문신을 제한하는 조항도 담길 예정이다. 

 

청소년 단체 측은 비의료인 문신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문신사법이 청소년만은 ‘음지’로 내모는 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씨도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판단의 미숙함을 이유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전남도의회는 학생들에게 문신 예방교육을 하도록 하는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에 도의회 수석전문위원은 “‘문신은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전남도교육청도 검토 의견서를 통해 “해당 조례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신의 사회적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청소년 문신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문신사법을 검토한 정경윤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은 “미성년자의 경우 보건위생상 안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는 법적 보호자 동의나 참관을 전제로 하거나 영국에선 미성년자 문신 시술을 아예 전면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문신을 한 뒤 후회하는 청소년 사례도 많다. 경찰청이 10년째 진행하는 청소년 문신 무료 제거 시술 ‘사랑의 지우개’에는 매년 100명 가까운 신청자 몰린다. 4년간 봉사자로 참여한 한 피부과 원장은 “돈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저렴한 업소에서 엉터리 색소로 그려 타투를 지우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는 “철없던 시절 했는데, 다시 보니 창피했다”며 “제거를 알아보니 회당 백만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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