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 尹정부서 53곳 인사
23명은 尹 파면 이후에 임명돼
與,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검토
野 “文정부 인사부터 사직” 반발
대통령 5년·기관장 3년 임기 달라
尹정부도 집권 초 86%가 文인사
“국정철학 맞게 일치시켜야” 지적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하는 내용의 법안(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알박기 인사’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권 교체기마다 진영 간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는 주제인지라 통과 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알박기’를 제거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며 해당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 김 원내대표가 관련 법안 발의를 주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소관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점을 고려해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12·3 불법 계엄사태 이후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심으며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본다.
세계일보가 이날 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12·3 불법 계엄사태 이후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53곳에서 기관장 인사가 강행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지난 4월4일 이후에도 23명이 공공기관장에 새로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에 국민의힘 중앙당 인권위원장을 지낸 이창수 원장이 지명됐고, 올해 3월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김삼화 변호사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밖에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의 유종필 원장이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석유관리원 최춘식 이사장이 지난 1월 각각 취임해 계엄사태 속 알박기 인사 논란이 계속됐다.
여당은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에도 알박기 인사가 계속된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4월 말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 윤석열정부 당시 정용욱 전 국민제안비서관이, 5월 초에는 신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김인중 전 농식품부 차관이 임명됐다. 김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이후 심지어 대통령직 파면 이후에도 낙하산 알박기는 멈추지 않았다”며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에 맞지 않으면 내란의 완전한 종식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알박기 인사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복돼 온 탓에 윤석열정부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5년인 대통령 임기와 주로 3년인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엇갈리며 이전 정부 인사와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정부 1년차에는 350개 공공기관장과 임원 3080명 중 86%가 문재인정부 인사였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3월 민주당 진성준 당시 정책위의장이 공공기관 운영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문재인 정권 인사들부터 즉시 사직시키라”라고 반박했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간 임기 일치 제도는 대체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는 데 공감대를 보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학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 정치 진영을 지지하는 자들을 정무직 공무원에 임명하는 ‘엽관제도’는 미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등 장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진영 간 갈등이 노출되는 단점도 생겼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임기 불일치 때문”이라면서 “정권과 같이한 인사들은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도 통화에서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누가 보더라도 정무적인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바꾸는 것이 맞다”며 “국정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게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느 자리를 ‘정무직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정무직 공무원’들은 정권교체와 함께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 게 대전제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세부적으로 어디까지를 ‘정무직’으로 볼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도 “언제부터, 어떻게 실시하느냐는 상당하게 미묘한 문제”라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여야 협의도 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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