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의 출처를 밝힐 단서를 분실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의 자택에서 압수한 총 1억6500만원의 현금 중 관봉권에 해당하는 5000만원에 부착된 띠지와 스티커 등 핵심 증거품을 분실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공급하는 밀봉된 화폐를 뜻한다. 관봉권의 스티커와 띠지에는 현금을 검수한 날짜·시간, 담당자 코드, 기계 식별 번호, 처리 부서 등 출처를 추적할 정보가 담겨 있다.
지난 4월 분실 사실을 인지한 검찰은 내부 조사를 통해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남부지검 수뇌부는 감찰을 하지 않았다. 당시 남부지검장이었던 신응석 전 검사장은 “수사 진행 중에 감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한창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감찰하는 것 자체가, 잘못하면 수사팀 사기가 떨어지고, 분열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신 전 검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재직했고, 지난 정권에서 검사장까지 승진하며 친윤 검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달 25일 한국은행을 방문해 현금다발의 출처 규명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관봉권을 어디에 제공했는지는 별도로 기록하진 않아, 관봉권이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부지검은 “(띠지와 스티커 등이) 분실됐다는 것을 수사 보고서에 첨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건진법사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남부지검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이첩받은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남부지검의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관련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감찰 등 조치를 지시했다.
특검팀은 이날 전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씨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불러 약 13시간 동안 조사한지 하루만이다. 전씨는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건희씨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후 이를 김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물품과 청탁성 요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를 김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검찰 조사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주로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데, 관봉권은 정확히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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