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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아낸 시간, 작가로 껴안은 기록…김미월 첫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

입력 : 2025-08-19 20:06:56 수정 : 2025-08-19 20:06:53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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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데뷔 이래 섬세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으로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김미월(48)이 첫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난다)를 펴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꼬박 5년간 세계일보에 격주로 연재한 칼럼 ‘김미월의 쉼표’를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은 작가의 ‘공개용 일기’ 같은 기록의 결실이다.

 

칼럼을 연재하던 때는 그가 2015년 낳은 첫 딸을 키우느라 자연스레 문학에서 멀어졌던 시기. 육아서에서 정답처럼 제시하는 ‘육아와 일 병행’의 왕도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던 때이기도 하다. 

18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만난 소설가 김미월은 “첫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는 소중한 ‘공개용 일기’ 같은 책”이라고 말했다. 최상수 기자

육아는 그를 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하루하루의 수행이기도 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만난 김미월은 “아이를 기르는 건 매일같이 나의 밑바닥을 마주하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구나’를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며 “내가 과연 문학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의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간이란, 삶이란 이런 것’이라며 아는 척하는 건 감히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2019년 펴낸 소설집을 끝으로 소설 발표는 사실상 멈췄지만, 산문 연재를 통해 ‘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붙들어 두었다. 아이를 재우고 자정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해 새벽녘 송고한 후 잠시 눈을 붙인 후 대학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격주 연재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나 싶기도 했지만, 쓰기 시작하면 결국 희열이 있었죠.” 

연재 초기 유치원생이던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코로나19를 통과하며 보낸 시기의 생생한 기억도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산문집을 묶으며 자신의 글을 다시 읽은 작가는 ‘기록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일기를 평생 썼는데, 아이를 낳고 여유도 없고 손이 아파 중단했어요. 일기를 안 쓰니까 제 삶이,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역사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칼럼을 모아놓으니 제 생각을 되짚을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원고지 6매, 1200자 분량의 짧은 칼럼은 때로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가슴 찡한 반전을 품는다. 대학생 시절,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겨울밤. 모자도 장갑도 없이 길거리 좌판에서 불법 복제 가요 테이프를 팔던 소년에게 뜨거운 코코아를 건넸더니, 소년이 매일 노래 선물을 들려줬다는 꼭지는 따뜻한 울림을 준다.

 

이번 산문집은 화려한 문장을 덜어내고, 불필요한 부사를 줄이고, 멋을 부리려는 포장을 걷어낸 글쓰기의 결과다. “솔직한 산문이 좋은 산문이라고 생각해요. 독자와 작가가 가까워지는 감각은 그 솔직함에서 오는 것 같아요.”

김미월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 난다 제공

‘엄마 껴안기 대회’라는 제목은 열 살 딸과의 짧지만 반짝이는 순간에서 비롯됐다. 피아노 콩쿠르며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는 친구들과 달리 대회 출전에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말했다. “엄마, 나도 대회 나갈까?” 그 말 뒤에 이어진 건 뜻밖의 말이었다. “엄마 껴안기 대회에 나가고 싶어.” 그러고는 아이가 엄마를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와락 껴안았다.

 

작가의 올해 계획은 ‘단편소설 하나 쓰기’.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소설을) 못 쓸 수도 있죠. 그래도 저의 바닥에는 늘 글 쓰는 사람이고픈 마음이 있어요. 그렇다고 5년여의 침묵을 깨고 ‘대작’을 선보이겠다는 거창한 구상은 절대 아니에요.”

 

‘엄마 껴안기 대회’는 ‘하나의 단편소설’을 향해 나아가는 작은 껴안음 같은 책이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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