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믈궁 “회담 정보 사전 공유”
北매체 외국정상 통화 보도 처음
종전 후에도 북·러관계 공고 과시
러, 북·미대화 재개 ‘메신저’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화통화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15일 미국 알래스카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북·러 정상이 이에 대한 입장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두 정상 통화에서 북·미 간 대화 재개와 관련한 사안도 언급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12일 전화통화를 갖고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외국 정상과 통화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크레믈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통화에서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밝혔다.
두 정상의 통화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전투병을 파병한 참전국이어서, 종전 협상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지닌 당사국이다. 크레믈궁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제공한 지원과 북한군이 보여준 용기와 영웅심, 헌신에 대해 김 위원장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의 군사 현대화 사업이나 경제 관련 사안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상당히 진행됐는데, 전쟁이 중단되거나 휴전되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이 북한에 있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의 추이와 무관하게 북·러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자는 것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정상 통화 사실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국제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공고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미국에 대한 시그널 성격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러시아를 뒷배로 삼고 있는 만큼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선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만약 종전 협상에서 (미·러) 양 정상의 상당한 의견 접근 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심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서 김여정 노동당부부장이 대미 담화를 통해 시사한 핵 군축 등을 위한 조건부 대화 가능성 입장을 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경우 러시아가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패싱’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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