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95)씨가 오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정부에 송환 절차를 요청했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하 추진단)은 13일 종로구 종각역 인근 누구나(NUGUNA) 라운지에서 ‘전쟁포로 안학섭 판문점 송환 일정에 대한 중대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추진단은 정부에 20일 오전 11시 판문점을 통해 안씨를 북한에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추진단은 안씨가 당일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출발해 판문점으로 향할 것이라며 통일부에 대북 통보, 민통선 통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협의 등 이동과 송환 절차 지원을 요청했다.
추진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11일 통일부 장관에게 보냈으며, 통지문은 전날 우편으로 전달됐다.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 없다.
이들은 전쟁포로 신분인 안씨가 포로교환 협정과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국제인도법 등에 따라 송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준혜 송환추진단 집행위원장은 “(안씨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가 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생각하고 가볍게 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씨가 직접 참석했다. 그는 “죽기 전에 (북한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라며 “죽어서라도 독립된 내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대교는 민간인통제구역이라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 특히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진입 가능하다.
정부는 안씨의 요구를 검토 중이나 아직 결론 내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안씨는 6·25 전쟁 중이던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특사로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비전향장기수의 북 송환은 2000년 1차 송환 이후 25년간 없었다. 추진단은 현재 비전향장기수 생존자가 안씨를 포함해 5∼6명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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