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않는 건 2018년 후 처음
李정부 대북 유화책 영향 관측
文정부 땐 3급 비밀로 비공개
尹 집권 이후 공개 발간 변경
“진보정권, 인권 등한시” 비판
통일부가 매년 발간해온 북한인권보고서를 비공개 방식으로도 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내정간섭”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이재명정부가 대북 유화책의 일환으로 보고서 미발간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여부와 관련해 “북한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자료로 발간하는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4년 발간 후 새롭게 수집된 진술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보고서는 발간하지 않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국내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연간 200명가량으로 적은 데다 대부분 중국 등 제3국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체류하다 입국해 최신 북한 상황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지난해와 다른 새로운 내용을 담아 발간하는 데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인권 문제 지적에 강하게 반발해온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개별 사안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겠지만, 북한 대중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역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정치범 수용소 같은 북한 주민들의 시민·정치적 권리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식량 지원 등 인도 협력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인권을 북한 체제에 대한 공세 수단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남북기본합의서 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회 서면답변을 통해서도 “보고서 발간 문제는 남북관계, 국제사회 동향, 새 정부 대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보고서를 발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인권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후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부터 매년 발간됐다. 문재인정부는 탈북민 개인정보 노출 우려와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이를 ‘3급 비밀’로 지정하고 비공개했다. 그러다 윤석열정부가 북한인권 실태를 국내외에 널리 알려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2023년 처음 공개 발간했으며 영문판도 제작했다. 이번에 발간되지 않으면 2018년 첫 보고서 발간 이후 처음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억류자, 납북자, 국군포로 등 우리 국민 직접 피해자만 20여만명이 넘는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 국민의 문제”라며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진보 정권은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안 하고 보수 정권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안 하는 게 답습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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