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증시유입 유도 정부 방침 존중”
법 개정 필요없이 정부 결정만 남아
‘금투세 사태’ 재연될라 우려 커지고
‘이춘석 사건’ 등 돌출 영향 미친 듯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로 넓히려던 검토안을 철회하고 현행 ‘50억원 이상’ 기준을 유지하자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당내 논쟁이 장기화하자 정청래 대표가 취임 후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4일)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발언 자제령’을 내린 지 일주일 만이다. 결과적으로 정 대표는 취임 직후 당내 논쟁을 마무리했고, 코스피 5000 시대를 달성하려는 대통령실과 정부로선 당이 먼저 완화된 안을 제시해준 덕에 정책 결정 과정상 부담을 덜게 됐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1일 대주주 기준과 관련, 전날 개최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정부에 복수 안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당내에 이런저런 의견이 있었는데, (정부의 뜻은)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에 쏠린 민간 자본을 증시에 유입되도록 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 의장은 다만 “당정협의 결과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현행 기준 유지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사실상 이 사안의 최종 결정권은 당이 아닌 정부에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대주주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가 결심만 하면 국회의 법 개정 작업 없이도 고칠 수 있다.
민주당은 당정협의 결과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및 당내 코스피 5000 특위 소속 의원들과 공유한 뒤 장차 기획재정부와 실무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한 의장은 “다음 당정협의회 전까지는 (이 사안을) 정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민주당이 현행 대주주 기준을 유지하기로 한 데는 지난해 12월 여론의 뭇매에 못 이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했던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당시 개인투자자, 특히 2030세대의 반발이 큰 점을 고려해 금투세 폐지에 더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2년 유예하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섰다. ‘이재명 지도부’ 시절 진성준 당시 정책위의장이 기존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주주의 범위를 넓혀 과세 대상을 늘리려던 이번 논의도 진 전 의장이 주도해왔다. 여당 내부에선 이를 두고 “정부의 코스피 5000 목표 달성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이후 정청래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새 정책위의장에 한정애 의원을 임명하고 “이 문제는 비공개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들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주식 차명 거래 의혹 속 탈당한 이춘석 의원 사태도 민주당이 시장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한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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