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목적인 ‘성장 호르몬 주사’
일부 병의원, 온라인 사이트서
“성장 놓치지 마세요” 광고 여전
비보험 시 1년 1000만원 들어
비용 부담·부작용 등 우려에도
서울 강남권서 식지 않은 인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과대광고 단속에 나섰는데 온라인에선 여전히 성장호르몬 주사를 ‘키 크는 주사’로 홍보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성장호르몬’으로 검색한 결과 호르몬 주사를 ‘성장치료’로 포장한 병원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한의원이나 소아청소년과의원들이었다. 마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키가 크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다. 이들은 ‘숨겨진 1㎝를 찾아라’, ‘한 번뿐인 성장기 놓치지 마세요’와 같은 광고 문구를 달았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사람의 성장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든 약물인 이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을 앓고 있는 아이의 골격 성장과 대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다만 일반인에겐 부작용 우려가 있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권장되지 않는다.

식약처는 최근 성장호르몬 주사 오용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과대광고 행위 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질환 치료가 목적인데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지면서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성장호르몬 주사 비용은 1년에 1000만원에 육박한다. 관련 질환이 없으면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키를 걱정해 터무니없는 비용을 감수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성장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선 ‘부작용과 비용 부담 탓에 고민했지만 결국 주사를 맞았다’는 경험담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10살 딸 아이가 또래보다 작은 편이라 병원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권유받았다”며 “가격도 만만찮고 부작용 걱정도 컸지만 아이 키 때문에 결국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올 6월 발표한 ‘성장호르몬 주사제 사용 실태’ 분석 결과를 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보고된 성장호르몬 주사와 관련한 이상 사례는 6309건에 달했다. 가장 흔한 이상 사례는 주사 부위 통증 및 주사 시 통증(24.2%)이었는데, 사망(2건)과 암종(4건) 등 중대 사례도 있었다. 다만 연구진은 이들 사례는 성장호르몬과 관련성이 낮거나 평가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2023년 건강보험급여 청구 환자는 3만7017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7.7배 증가했다. 유통된 성장호르몬 주사제 수로 보면 지역별로는 서울(41.7%)과 경기(20.0%)가 가장 많았고, 서울에서도 강남구(22.5%)와 서초구(10.2%), 송파구(7.1%) 순으로 많았다. 또 연구원이 최근 5년 이내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사용한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약 60%는 건강 문제가 없는 일반 소아·청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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