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82만3086주 1778억에 취득
한화, 자금지원 추가 조치 촉구
양대 주주 입장차 커 갈등 여전
DL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한 여천NCC 구제에 결국 동참한다. ‘자금 지원보다는 자구책이 먼저’라던 입장에서 선회해 “여천NCC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DL케미칼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다만 여천NCC 경영 악화를 둘러싸고 입장 차를 보였던 대주주 간 갈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DL㈜는 1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연 뒤 자회사 DL케미칼의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추가 취득 뒤 DL의 DL케미칼 지분비율은 88.90%가 된다. 취득 목적은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DL케미칼은 오전 긴급 이사회를 거쳐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여천NCC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만든 합작사로, 현재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대주주로 있다. 한화는 지난달 여천NCC에 15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이사회에서 승인했으나 DL 측은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을 경계해왔다.
DL은 이날 DL케미칼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DL은 입장문을 통해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할 계획”이라며 여천NCC가 ‘묻지마’식 증자 요청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은 “올해 3월 여천NCC 시황 악화 등에 따른 요청으로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씩 증자를 실행했고 당시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받았다”며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양 주주사에 1000억원 이상의 증자, 지급보증 또는 대여를 요청했다면 당시 보고가 거짓이든 경영 부실이든 주주와 시장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DL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만큼 여천NCC 부도 위기는 피했으나 대외적으로 노출된 양대 주주 입장 차는 봉합되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이 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가 있었지만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실제로 DL이 여천NCC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천NCC 지원을 위한 추가 조치를 촉구했다.
양대 주주 입장 차가 대외적으로 노출됐고 중국·중동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문제로 단기간에 석유화학 산업 수익구조가 바뀌긴 어려운 만큼 이번 갈등의 상흔이 업계에 남을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특정 분야나 용도에 특화한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여천NCC는 에틸렌, 프로필렌, 이소부텐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가 생산하는 범용 제품은 중국 생산량이 많아서 당장 자구책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같이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잘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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