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학계가 국가폭력 범죄로 대물림된 불법자금을 끝까지 추징하는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주최한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를 위한 간담회’ 발제자로 나선 박재평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공권력의 조직적 개입 등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어려운 국가범죄처럼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독립몰수제를 언급했다.
독립몰수제란 범죄자의 해외 도주나 사망, 재판 불가 등으로 최종 유죄판결이 나지 않은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다. 40년 넘게 신군부 비자금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도입 논의가 지속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205억원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867억원을 미납했다. 올해 초 전 전 대통령 자택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당사자 사망을 이유로 패소했다.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비자금은 지난해 딸 노소영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904억원의 비자금 흔적이 담긴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제시하며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관련해 박 의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과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도 비자금 환수 관련 법리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제도 도입에 긍정적이다. 간담회 토론에 나선 법무부 국제형사과 전성환 검사는 “범죄수익의 해외 유출이 많은데 확정판결까지 기다리면 실효적으로 환수가 어렵다”며 “법무부도 올해 업무보고에 독립몰수제를 반영해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독립몰수제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태국·페루 등 보편적으로 도입한 필수 제도”라며 “국가폭력범죄 뿐만 아니라 마약, 금융사기 등 민생침해 범죄까지 독립몰수제 도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성필 부대변인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의 취지에 찬성하는 비율은 85%에 달하며, 이 가운데 소급 적용을 통해 원금과 수익까지 모두 적극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허연식 5·18기념재단 위원은 “과거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유의미한 제보들이 있었지만 입법적 한계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지금이라도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이 단순히 재산만 몰수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실제 이러한 비자금이 어떻게 조성이 됐고 어떻게 나누어졌고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은닉이 됐고 이런 부분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동시에 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특별법의 성격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균택 의원은 “계엄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부정축재 재산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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