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에서 허리를 다쳤습니다. 그런데 군에서는 진급하려면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생 불구가 될 수 없으니 아들에게 하지 말라고 했고 결국 진급이 누락됐습니다. 군대는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아닙니다. 윗몸일으키기 못했다고 소위 말하는 ‘폐급’ 취급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11일 병사들의 진급 누락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병사 부모연대는 이날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선 군부대에 확인해본 결과 일병으로 복무하다가 상병으로 전역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만약 상병으로 전역할 경우, 이력서에 ‘상병 만기 전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전초(GOP)에서 2교대로 12시간씩 복무하는 병사들은 진급시험 자체를 볼 수 없는 환경”이라며 “복무 조건상 시험조차 보지 못하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진급에서 누락된 경우가 다반사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급 누락에 걸린 한 병사 가족은 아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너무 걱정돼 가족들 사이 ‘진급’이라는 단어를 금지했다고 한다”며 “후임이 먼저 진급하면 병사들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고, 누락된 병사의 사기·자존감 저하가 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한 자식들이 국방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이행하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어렸을 때부터 줄 세우기 당했던 우리 아이들이 국가 부름을 받고 간 군대에서까지 줄 세우기를 당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군 장병들은 일정 기간만 지나면 진급하는데 대체로 문제가 없었다. 예컨대 복무 기간 18개월인 육군을 기준으로 이등병은 2개월, 일병·상병은 각각 6개월만 지나면 다음 계급으로 진급했다. 예외적으로 특정 사유가 있을 때 최대 2개월간 누락될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병사는 계속 특정 계급으로 복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군대 후임과 선임 간 '계급 역전'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현역 징집률은 90%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신체검사 3·4등급까지 징집하고 있다”며 “애당초 군에 입대해서는 안 되는 자원을 데리고 가서 진급을 누락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력이 부족한 병사를 진급 누락시키기보다 군에서 체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이나 여건을 갖춰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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