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전자 애완동물 ‘다마고치’가 다시 한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어린 시절 다마고치를 즐겼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향수를 이를 처음 접하는 Z세대에게는 신선한 디지털 놀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복고+신규’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팝업스토어는 연일 ‘완판’…리셀 시장도 과열 양상
최근 반다이남코코리아가 선보인 시리즈 최신작 ‘다마고치 파라다이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수치로 입증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에는 개장 전부터 수백명의 대기 줄이 형성됐다. 준비된 600여 대는 첫날 모두 완판됐다. 이후에도 하루 평균 300여대씩 팔리며 보름 만에 전체 물량이 소진됐다.
온라인 상황도 비슷하다. 반다이남코코리아 공식 온라인 스토어 대부분 제품이 ‘품절’ 상태다. 재입고 알림 신청도 폭주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자 자연스럽게 리셀(재판매) 시장도 과열되고 있다.
일부 단종 제품이나 한정판 모델은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2019년 출시 후 단종된 ‘다마고치 썸 메르헨 핑크’는 정가 5만4900원의 약 7배인 4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기 발매된 ‘다마고치 썸 매지컬 퍼플’도 32만9000원선에 형성돼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유니 엔젤 산리오’, ‘20주년 에디션’ 등 한정판 콜라보 제품이 60만~80만원대에 올라와 있을 정도다.
◆디지털 육성 게임에서 ‘개성 콘텐츠’로 진화
다마고치는 1996년 일본 완구기업 반다이에서 처음 선보인 휴대용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가상의 알에서 부화한 캐릭터를 먹이고, 놀아주고, 청소하면서 기르는 방식이다. 육성 방법에 따라 캐릭터가 다양하게 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조작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몰입을 이끌어내며 90년대 후반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최근의 인기는 단순한 복고 열풍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다마고치는 ‘꾸미는 디지털 기기’, 즉 개성 표현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전용 케이스, 키링, 스티커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기를 꾸미고, 완성된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문화는 경제적 여유를 갖춘 30대 중심의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돌아온 결과로 풀이된다.
자기 표현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Z세대에게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반려 콘텐츠’로 어필하며 전 세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장난감에서 문화로”…전문가가 본 다마고치 열풍
전문가들은 이번 다마고치 열풍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세대 간 감성의 교차와 놀이의 재해석이 만들어낸 문화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마고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리트로 감성’, Z세대에게는 새로운 디지털 놀이 경험”이라며 “여기에 나만의 기기를 꾸미고 기록하는 문화가 더해지면서 장난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자 문화적 상징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들이 과거의 감성과 현재의 소비 방식을 결합하면서 다마고치는 다시금 ‘살아있는 콘텐츠’로 돌아왔다”며 “단순한 복고가 아닌 변화된 시대의 소비 심리를 반영한 새로운 문화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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