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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 美 동전으로 부활하다

입력 : 2025-08-10 20:08:07 수정 : 2025-08-10 20:08:06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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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의 모습이 새겨진 25센트 동전(쿼터)이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유통된다. 한국계 인물이 미국 화폐에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미 조폐국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ern·1987∼2020·한국명 박지혜)의 삶과 유산을 기념하는 동전이 다음날부터 보급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등은 참정권, 시민권, 노예제 폐지,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20명의 여성을 쿼터 뒷면에 등장시키는 ‘아메리칸 위민쿼터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밀번은 19번째 헌정 대상자가됐다.

동전에는 안경을 쓴 밀번이 전동휠체어에 앉아 청중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주한미군 아버지(조엘 밀번)와 한국인 어머니(진 밀번)의 삼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근육 퇴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았다. 자신이 또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뒤 밀번은 지역 사회의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16세에 이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스무살이던 2007년에는 10월을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로 지정하고 모든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를 교육하도록 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법의 제정 및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에 장애인 권리 운동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장애인 정의 문화 클럽’(Disability Justice Culture Club)을 설립해 자신이 10대 시절 동료 운동가들과 함께 개념을 정립한 ‘장애인 정의’ 운동을 구체화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삶을 사는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노숙자 등의 권익 증진을 도모했다.

밀번은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정책 자문 활동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숙자 등에게 마스크와 의약품,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팀을 구성해 활동했다.

신장암 치료 중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그는 2020년 5월 19일 수술 합병증으로 서른셋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서른세번째 생일날이었다.

조폐국은 “밀번은 리더이자 비전가, 문제해결자였으며, 장애인의 정의를 위한 맹렬하면서도 연민 어린 활동가였고, 젊음과 목적의식, 헌신으로 빛났다”고 평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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