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케데헌’ 돌풍에 덩달아 역주행
매주 1000개 오프라인샵에서만 구매 가능
‘100% 국산 고집’ 공급 지연…“확대 고민”
빨간 눈자위 속 샛노란 눈동자. 귀여움을 무기로 하는 캐릭터들의 전형적 특징인 큰 얼굴과 짧은 팔다리. 눈동자는 위를 향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기 때문이다.

가로 3.3㎝, 세로 2.8㎝. 이 작은 캐릭터는 지금 한국에서, 아니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호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덩달아 위상이 높아진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 ‘까치호랑이배지’ 얘기다.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박물관 기념품인 까치호랑이배지는 지난달 3만8104개 판매됐다. 개당 가격 1만4900원으로 매출액이 약 5억6000만원에 이른다. 오프라인 기념품샵에서 1101개가 팔렸고 나머지는 예약판매를 포함한 온라인 판매 실적이다. 온라인 예약판매는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됐는데, 이날 현재 10차 판매가 마감됐다.

배지의 판매 물량은 1차 900개로 시작해 3000개, 4000개, 1만개로 점점 늘었다. 그러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4만6900개가 팔려 나갔다. 그나마도 이달 초 열린 마지막 물량은 4개월 뒤인 12월이 되어야 배송된다.
원래부터 인기상품은 아니었다. BTS의 리더 RM이 수집하면서 유명해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술을 따르면 색이 변하는 취객선비잔, 고려청자잔, 석굴암 조명 등 인기 상품이 즐비한 ‘뮷즈샵’(국립박물관 기념품샵)에서 이 까치호랑이배지는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품목이었다.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간 월평균 판매량이 66개. 하루 평균 두 명이 사갔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非)인기의 증거다.
그랬던 배지 판매량이 지난 6월 160개로 처음 100개를 돌파했고, 7월에는 무려 3만8000개까지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기의 원인은 6월 공개돼 글로벌 히트를 친 영화 한 편이었다. ‘케데헌’에 등장한 호랑이 더피가 큰 사랑을 받았으나 마땅한 캐릭터 상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의 관심이 더피와 닮은 이 배지의 호랑이로 옮겨간 것이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배지 수요가 폭증한 것에 놀라 뒤늦게 영화를 봤다”면서 “까치와 함께 다니는 더피의 모습이 우리 상품과 놀랍도록 닮았더라. 그제야 주목 받는 이유를 알았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은 자체 디자인 상품이 40%가량, 매년 공모를 통해 입점하는 상품이 60% 정도다. 까치호랑이배지는 집현전이라는 업체의 작품으로 지난해 공모에서 뽑혔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작호도를 모티브로한 기념품 중 호랑이를 캐릭터화 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귀여운 호랑이도 신선하다’고 생각해 선정했다”면서 “배지가 관람객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기념품이 아니다 보니 그간 관심에서 멀었는데 이처럼 ‘역주행’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수요가 뛰다 보니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체에서 가능한 자원을 총 동원해 배지를 제작하고 있지만 1주일 1000개 가량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이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약 1000개가 오프라인샵에 입고되고 입고 당일 품절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아예 불가능하다. 이날 현재 온라인 뮷즈샵은 ‘10차 예약판매 완료 시 온라인 판매를 일시 중지하며 내년 1월부터 상시판매한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상품 구매 페이지에는 ‘품절’ 메시지가 뜬다.

까치호랑이배지를 구매하고 싶다면 당분간 방법은 하나다. 배지 입고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직접 가서 오픈런을 하는 것이다. 최근엔 개관(오전 10시)과 동시에 기념품샵으로 달리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다. 원하는 기념품을 안전히 확보하기 위해 ‘선 쇼핑, 후 관람’을 택하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품질 유지를 위해 100% 국내 중소 제조업체 제작을 고집하다 보니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까치호랑이배지의 경우) 가능한 많은 관람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와 함께 물량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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