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해도 군사 역량 유지 시사
“대북 임무 외 다른 일 가능하게
동맹 현대화” 전략 유연성 강조
병력 역외 재배치 가능성 내비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숫자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현재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일부를 역외 재배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선 한·미가 합의한 조건이 충족된 시점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열린 국방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 변화는 병력 등 숫자에 대한 것이 아니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함께 첨단 능력을 확보해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우리가 지름길을 택하면 한반도 대비태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우리가 해선 안 될 일은 조건이 (진행 중에)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두르는 것은 한·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을 이행해 나가면서 기존 조건들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지휘통제, 탄약, 능력 등의 조건들은 모두 여전히 유효하며, 그 조건들은 설정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동맹 현대화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현재 처한 작전 환경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합리적 검토”라며 “현재 동북아 지역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북쪽에는 핵으로 무장한 적이 있고, 러시아가 점점 북한에 개입·관여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 현대화는 우리 동맹이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며, 진화하는 안보 도전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유지하게끔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대만에 어떤 상황이 발생해 미군이 개입할 때 한국도 함께해야 한다고 단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전개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한국에 요청된 것은 북한을 상대하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하란 것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며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며 최근 중동에 순환배치됐던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 사례를 들었다. 브런슨 사령관은 “시간, 공간, 필요에 따라 전력을 배치하는 능력이 전략적 유연성이다. 이러한 능력을 항상 보유하고자 한다”며 “(전력이) 한곳에 고정된 것은 군사적 실용성이 떨어진다.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력 약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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