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무역 혼란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누적돼 온 세계무역기구(WTO) 시스템의 쇠퇴에 원인이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고 있는 상호 관세가 혼란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FT는 지난 3일 ‘전 세계 무역 혼란, 모두 트럼프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그간 누적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WTO 업무 관행에 문제가 축적됐으며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당한’ 반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FT가 지적한 것은 ‘개발도상국’ 지위다. 현행 WTO 규정에 따르면 개도국 지위를 가진 국가는 국내·국제적 무역 조치(반덤핑, 긴급수입제한 등)를 두고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원칙이 규정에 존재하지 않아 어떤 국가든 스스로 선언하기만 하면 개도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을 포함한 전체 166개 회원국 중 약 3분의 2는 개발도상국 지위에 있다.
FT는 또한 “‘무역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주체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WTO 규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WTO 창설 이래로 중국이 먼저 무역을 정치적 목표 달성의 도구로 사용한 이후, 서방 국가들과 미국도 관세를 앞세워 외교 정책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때 옹호했던 규칙 기반의 체제를 약화시킨 점에 대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WTO에 대한 적대감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이점을 맹신했던 우리 모두의 실패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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