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 풍부하고 물 맑아 피서객들에게 큰 인기/사나사 지나 용문산 주봉 백운봉까지 등산도 즐겨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 살짝 발을 담근 손주 녀석은 발가락이 간지러운지 재잘거리며 웃음꽃 피운다. 아이 물장구에 물방울이 얼굴에 마구 튀어도 좋은가 보다. 해맑은 손주 안은 할아버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으니. 바위에 부딪히며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그 노래 닮은 아이들 수다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행복이 넘실대는 사나사 계곡. 나무 그늘아래 얼음장 같은 물에 몸 담그고 신선놀음 즐기며 작은 행복 누린다.


여름휴가 때면 늘 고민이다. 바다로 갈지, 계곡으로 갈지. 하지만 올여름 바다는 그리 내키지 않는다. 역대급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뒤덮고 있으니 자칫 피서하러 갔다가 더위 먹기 십상이다. 이런 때는 시원한 계곡이 정답이다. 물 맑기로 소문난 경기 양평군에서도 옥천면 용천리 사나사 계곡은 저렴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계곡이라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몰린다.


공영주차장은 오전인데도 이미 만원이다. 한참을 기다려 어렵게 빈 공간에 차를 세우고 가벼운 먹거리 챙겨 계곡으로 향한다. 대가족이 피서 왔나 보다. 보기에도 꽤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들고 낑낑거리며 걷는다. 주차장에서 5분만 걸어 올라가면 사나사 계곡이 시작된다. 계곡 입구는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놀기 좋다. 서너 살 돼 보이는 손주를 안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맑은 물에 몸을 맡기고 손주의 재롱을 즐기며 물놀이에 푹 빠졌다. 솔 숲길을 걸어 조금 더 오르면 사나사 계곡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자연 수영장’이 등장한다. 기암괴석 바위를 흐르던 계곡물이 깊은 소를 이뤘는데 구명조끼나 튜브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수심이 깊다. 계곡 주변은 울창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니 발만 담고 있어도 등줄기 땀은 금세 사라진다. 피서철을 앞두고 울퉁불퉁 근육을 만든 20대 청년들은 계곡물이 차갑게 식힌 수박을 주먹으로 쪼개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해발고도 1157m 용문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사나사 계곡은 폭이 넓고 물이 깨끗하며 수량이 풍부하다. 솔 숲길을 걸으며 사나사를 지나 용문산 주봉인 백운봉 정상까지 등산도 할 수 있다. ‘용문산(龍門山)’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지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용이 드나드는 산’이란 뜻이다. 마을 이름 ‘용천리(龍川里)’도 ‘용이 드나드는 하천’이란 뜻이니 시원하게 물놀이하고 뭔가 좋은 기운도 얻는 기분이다. 계곡은 사나사 입구까지 약 1㎞가량 이어진다. 사나사 입구에도 아주 넓은 계곡이 등장하고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하류 쪽보다 한산해 걷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더 쾌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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