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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의 나라’는 옛말?… 中 대출 확대에 ‘부채 악순환’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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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9 11:31:17 수정 : 2025-08-09 11:31:27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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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출 장려에 나서면서 개인 부채 위기가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채 악순환’에 빠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대출 확대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은행들에 소비자 대출을 늘리고 상환 조건을 유연하게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내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 방침도 밝혔다. 세계에서 가계 저축률이 가장 높은 중국에서 경기 침체가 4년째 이어지자 정부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다.

 

위안화. EPA연합뉴스

그러나 다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한 자국민들은 소비보다는 여전히 저축에 집중하고 있고 이미 많은 이들이 기존 부채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NYT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가계의 총 저축액이 50% 증가한 반면, 상환이 불가능한 대출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출 장려 정책이 자칫 개인 부채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알리페이, 위챗 등 주요 플랫폼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국의 모바일 금융 환경과, 개인이 법적으로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는 파산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은 위험을 가속화시킬 요소로 꼽힌다.

 

NYT는 “대출 광고는 인터넷 전역에 넘쳐나며,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조차 ‘대출로 결제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뜬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대출 이자나 수수료에 대한 이해 없이 돈을 빌리고, 결국 갚지 못하게 된다”라며 “파산 제도가 없는 중국에서는 한 번의 채무 불이행이 평생 개인 신용에 큰 타격을 주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청년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지식 부족, 높은 청년 실업률, 정체된 임금 등이 맞물리며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IT 종사자 샤(27)씨는 NYT 인터뷰에서 “한 금융 앱에서 돈을 빌려 다른 앱의 빚을 갚는 식으로 반복하고 있다”며 “끝없는 고리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공장 노동자나 배달 등 ‘긱 경제’ 종사자들 또한 비슷한 상황이면서 전문가들은 대출 확대 정책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빅터 시 UC샌디에이고 교수는 “중국의 소비자 대출 시스템은 취약한 계층을 겨냥한 함정과 같다”며 “정부가 대출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목이 말라 독을 마시는 격’으로, 실질적인 경제적 어려움과 부족한 사회 안전망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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