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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대신 밀대 잡은 박찬대 “합리적 피해 대책 찾을 것”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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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1 18:07:00 수정 : 2025-07-22 16:38:09
광주=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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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주자 동행 르포

선거운동 중단… 수해 현장 찾아
흙탕물 들어찬 가게서 복구작업
“이재민 고통 받는데 유세 부적절”

朴 누적득표 鄭의 절반 열세 속
“호남·수도권서 추격할 것” 의지

언제 비가 쏟아졌냐는 듯 야속하게 화창한 21일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아스팔트 바닥에 3m 높이로 가득 쌓인 흙 묻은 가구만은 물폭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매트리스와 소파, 의자, 목조 상판 곳곳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층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내부 벽은 무너져내렸고, 바닥에는 흙탕물이 가득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21일 폭우 피해를 입은 광주 서구의 한 가구백화점에서 수해 복구 작업에 나서 밀대로 바닥의 흙탕물을 치우고 있다. 광주=뉴시스

파란 장화를 신고 파란 수건을 목에 두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후보는 흙탕물 속에서 밀대를 잡았다. “내가 할게요. 장화를 신어서.” 박 후보는 총 한 시간 가까이 밀대로 흙탕물을 한데 모은 뒤 쓰레받기로 퍼담길 반복했다. “우리 광주 의원님들은 일 잘하는 분들이 뽑히셨네요.” 함께 현장을 방문한 민주당 정진욱·조인철 의원과 시·구의원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총 한 시간 가까이 20∼110L 크기의 크고 작은 양동이를 채워 밖으로 내보냈다.

 

이곳 가구점의 재산피해액은 3억7000만원, 복구비용은 7억원에 달한다. 2003년, 2020년에 이어 올해 똑같은 수해를 세 번째 당했다는 가구점 사장 김모씨에게 박 후보는 “저도 회계사 출신이라 기업을 운영하는 분의 애로를 잘 안다. 완벽하게 문제 해결은 안 돼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잘 따져보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수해 현장에 있겠다”고 전날 약속한 대로 박 후보는 이날 온종일 수해 현장에 있었다. 오전에는 당 지도부와 함께 충남 예산을 찾았고, 오후에는 광주로 넘어와 직접 수해 복구 활동에 나섰다.

21일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앞에 수해로 흙탕물이 묻은 가구들이 쌓여있다. 조희연 기자

가구점 2층에서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취재진과 만난 박 후보는 “우리가 정치를 하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뽑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안전·민생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인데, 고통을 받는 이재민과 수해 복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 좀 찍어주세요’라고 하기가 민망했다”고 선거운동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캠프 내에서도 선거운동 중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박 후보는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장단기적인 유불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정치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당원들도 전당대회를 멈춰야 한다고 많이 요구했고, 특히 국민의힘이 벌써 수해 현장으로 가 있는데 정부 여당인 우리가 전당대회를 하고 있으면 되겠냐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후보가 21일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지하에서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박 후보는 수해 복구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 아예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당은 오는 26일(호남권)과 27일(경기·인천권)로 예정돼 있던 현장투표를 다음달 2일 통합해 치르기로 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왁자지껄하게 우리 일꾼을 뽑는 잔치인데, 수해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와중에 우리가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며 “연기는 안 됐지만, 이번 주가 수해 복구의 절정이니까 한 주 동안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후보가 21일 수마가 덮친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지하에서 밀대로 흙탕물을 치우고 있다. 박찬대 의원실 제공

앞서 진행된 충청권·영남권 선거 결과는 박 후보에게 녹록지 않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뽑는데, 박 후보의 충청권·영남권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은 37.35%를 기록했다. 정청래 후보(62.65%)의 절반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후보가 21일 수마가 덮친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실 제공

앞으로 전당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12일. 박 후보는 “충청과 영남의 결과는 썩 좋지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여론조사상으로는 상당히 붙었다고 보고, 앞으로 남아있는 호남, 경기·인천, 서울·강원·제주에서 충분히 추격하고 역전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과제는 신속한 내란종식, 개혁과제 완수, 윤석열정부가 망가뜨린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원팀으로 가장 잘 수행할 사람이 박찬대라는 걸 동료 의원과 정치 고관여층은 잘 알아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데, 일반 시민들과 저관여 당원들에게도 잘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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