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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엡스타인 수사 당시 트럼프 거론” 증언

입력 : 2025-07-21 20:00:00 수정 : 2025-07-21 18:54:23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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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엡스타인 의혹’ 일파만파
엡스타인 수사 기록 미공개 논란 속
NYT, 2년간 고용 직원 인터뷰 보도
“사무실서 마주친 트럼프, 내 다리 봐”

WSJ는 ‘외설편지’ 보도 관련 소송전
英매체 “보도 막으려 편집인에 전화”

논란 커지자 중간선거 앞 악재 봉착
일각, 지지층 ‘마가’ 분열 조짐 분석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수감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제프리 엡스타인을 둘러싼 의혹이 심화하는 가운데 엡스타인에 대한 당국 수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 있다는 증언자의 주장이 나왔다. 백악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강력 반발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1995∼1996년 엡스타인에게 고용돼 미술품 구입 등 업무를 했던 마리아 파머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파머는 1996년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2006년 FBI 조사에서 자신이 1995년 엡스타인의 사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쳤고 그가 반바지 차림이었던 자신의 다리를 쳐다봤던 사실 등을 증언했다고 전했다. 당시 사무실로 들어온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사람은 당신을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20대였던 파머에 대해 “16살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들려왔다고 설명했다.

NYT는 파머의 증언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수사 기록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며 “이 사건 파일에 엡스타인의 범죄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완전히 조사되거나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민감하거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가 어떤 식으로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사무실에 간 적이 없다”며 파머의 증언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팩트는 대통령이 그를 불쾌한 사람으로 여겨 그의 클럽에서 쫓아냈다는 것”이라며 그와 엡스타인의 관계가 오래전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엡스타인을 둘러싼 의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권 2기와 내년 중간선거의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과 관련, “엡스타인 논란이 계속 주목을 받게 된다면 이미 지지율 하락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게 ‘외설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으로 두 사람의 모종의 관계를 암시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전인 15, 16일에 실시된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미국인 1027명 대상, 오차범위 ±3%)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의 69%가 “정부가 ‘엡스타인 리스트’(엡스타인 성범죄, 즉 성접대에 연루된 인사들 목록)를 숨기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 중 공화당 유권자는 62%였다.

제프리 앱스타인. AP연합뉴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 자체는 WSJ의 보도 뒤 트럼프 대통령을 음모론의 피해자로 보며 결집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극우 마가 진영이 주로 관심을 갖는 ‘오래된 음모론’처럼 취급됐던 이 사건이 전국적 관심을 끌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위험할 수 있는 유권자 집단은 정치에 깊은 관심이 없고, 비정기적으로 투표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라며 “이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호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엡스타인 사건은 이들의 정치 불신을 정면으로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온 극우 언론 폭스뉴스의 대주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WSJ를 소유한 다우존스의 모회사인 뉴스코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WSJ 보도를 계기로 머독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거액 소송의 피고가 되면서 친트럼프 성향이 별로 없는 미국 언론 환경에서 폭스뉴스와 머독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또 다른 우파 언론 뉴욕포스트 등의 논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에마 터커 WSJ 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내면서 이 신문이 작성 중이던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위협에도 불구하고 WSJ는 17일 밤 해당 기사를 송고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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