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이 이란 핵시설에 뚜렷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보도에 총력 대응하며 반박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편향된 언론에 의한 편향된 유출”이라고 지적했다. 동석한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이번 작전이 실패 없이 수행됐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이란 핵시설 파괴 규모를 확연히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내용의 회견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과 케인 의장은 26일 오전 국방부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이란 핵 개발을 불과 몇 개월 정도밖에 지연시키지 못했다는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1차 평가 유출에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날 이란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기자회견을 보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책임 없는 보도들이 많았다”며 “당신들(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같은 보도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DIA도 국방부 소속이지만, 언론이 그 예비 보고에만 매달려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언론을 힐난했다. 이란 핵시설 피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포르도 핵시설과 관련해선 “포르도(핵시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직접 가서 큰 삽을 들고 파보라”고도 말했다.
흥분한 표정으로 감정적인 언사를 쓰며 언론을 비난하는 헤그세스 장관과 달리 전문적인 설명은 케인 의장이 맡는 모양새였다. 케인 의장은 정치적인 언사는 삼가고, 주로 군사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폭탄이 어떻게 목표물에 도달하는지를 도식으로 보여주고, 포르도 핵시설 등 당시 공습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케인 의장이 보여준 영상에는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의 폭발력으로 인해 포르도(Fordo) 핵시설의 입구나 터널이 붕괴되는 장면이 담겨 있었으며, 그는 미국이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이 무기를 개발했으며 이는 무기 개발까지 합쳐 15년에 걸쳐 준비된 작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인 의장과 헤그세스 장관은 핵시설의 손상 정도, 이번 공습이 이란 핵프로그램에 미친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인 의장은 “군은 전투 피해 평가를 하지 않으며, 이는 정보 당국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는 회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애국자들(전투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매우 분노했다”며 “적의 영공을 36시간 동안 위험하게 비행한 뒤 착륙한 그들은 성공이 전설적임을 알았지만, 이틀 후 CNN과 뉴욕타임스(NYT)의 가짜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그들은 끔찍함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CNN, NYT 등 DIA 보고서를 선제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의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해고를 종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모처럼 이뤄진 이란 핵시설 공격의 성과를 지켜내려는 노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보국(CIA)는 DIA 1차 평가를 뒤집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고, 이날 헤그세스 장관과 케인 의장의 기자회견 역시 일종의 ‘충성시험대’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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