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 올라 野 향해 허리 굽혀 인사
17분 동안 연설서 與 12차례 박수
“국힘 의원 반응 없어 좀 쑥스러워”
퇴장 때 野의원들과도 악수 나눠
대통령실 앞 대구탕집 찾아 점심
“골목 상권 살아야 경제·민생 살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여야의 상반된 반응 속 첫 국회 시정연설을 마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차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했다. 다만 연설 후 이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여야 의원 모두 일어나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6분쯤 짙은 남색 정장에 푸른색과 흰색, 붉은색이 일부 섞인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출입문부터 단상으로 가는 길에 두 줄로 도열해 박수를 보냈고, 이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악수했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어 국무위원 의석 방향으로도 인사한 뒤 10시9분쯤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약 17분 동안 이뤄진 시정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총 12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연설 중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한 대목에서 첫 박수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화답했고, 웃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좀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때 민주당 의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왔지만,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냉랭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보며 “특히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달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석이 잠시 웅성거렸다.
연설 막바지 이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10시27분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석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대체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이후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갈 때까지 기립박수를 쳤고, “이재명”을 연호하기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과 인사 도중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중앙대 법대 선배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어깨를 가볍게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 임명은 안 된다고 두 번 이야기하니까 ‘알았다’면서 툭 치고 가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제가 이제 을(乙)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 환담에서 대미 관세협상 적극 추진,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추경의 국가재정 부담 우려 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앞 대구탕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이 대통령은 ‘골목 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산다’고 강조하며 점심을 먹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자영업자인 상점 주인과 체감 경제, 민생 경제 현황을 살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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