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금융자산 2조970억弗… 1724억弗↑
對美 투자 9626억弗… 45.9%로 ‘최고’
전년보다 1581억弗↑… 증가폭 역대 1위
서학개미 열풍·기업 직접 투자도 영향
“美증시 등락… 국장 유턴 가능성” 분석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對中 투자 위축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총액이 2조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 열풍에 힘입어 2년 연속 미국 증권투자 증가 폭이 신기록을 경신했고, 기업들의 미국 직접투자도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으로 투자 비중이 줄면서 우리나라의 미국 투자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준비자산을 제외한 증권·직접투자 등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2조970억달러로 2023년 말(1조9245억달러)보다 1724억달러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 대한 투자가 9626억달러(45.9%)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동남아와 유럽연합(EU)이 각각 2495억달러(11.9%)를 차지했다. 중남미는 1430억달러(6.8%), 중국은 1386억달러(6.6%)로 나타났다. 한은은 해외투자를 미국, 중국, 일본, EU, 동남아, 중동, 중남미, 기타 지역 등 8개로 구분해 집계한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미국에 대한 투자만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 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626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1581억달러 증가했다. 2023년(1138억달러)에 이어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폭이다. 이 가운데 1217억달러는 미국에 대한 증권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작년 서학 개미 열풍을 실감케 했다. 대미 직접투자도 전년 대비 291억달러 증가한 2389억달러로 나타났다. 전체 투자액 중 미국 비중도 2022년 38.6%, 2023년 41.8%에서 지난해 45.9%로 꾸준히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미국 주가 상승으로 주식·채권 매수세가 지속됐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자동차·이차전지 생산시설 투자가 커지면서 직접투자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EU와 중남미 대외금융자산은 전년 말 대비 각각 31억달러, 25억달러 감소한 2495억달러, 1430억달러로 나타났다. 동남아는 15억달러 증가한 2495억달러, 중국은 4억달러 증가한 1386억달러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특히 전체 투자액 중 중국 비중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6.6%까지 떨어져 3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중국은 미국과 달리 직접투자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내수 부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이 겹치면서 대중국 직접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국 직접투자는 2022년 말 1062억달러에서 작년 말 898억달러로 줄었다.

미국 투자 집중 현상은 다르게 말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미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난 3월 한은 해외투자분석팀은 국내 개미들의 해외 포트폴리오 90%가 미국에 쏠려 있어 미 증시가 흔들릴 때 그 배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투자 열풍은 올해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박 팀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보다) 대미 금융자산 증가폭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최근 미국 자산이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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