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약속한 1조6000억원도 철회
백신연맹 “엄격·투명하게 검토 후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꼽히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저개발 국가에 어린이 백신을 원조하는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백신연맹(Gavi·the Vaccine Alliance) 행사에 보낸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백신연맹은 보편적인 백신 접종을 촉진하려는 열의 속에서 백신 안전이라는 핵심적인 문제를 소홀히 했다”면서 “ 과학이 기존 패러다임과 모순되더라도 가능한 한 최선의 과학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미국은 더 많이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12억달러(약 1조6340억원) 규모의 지원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백신연맹에 대한 지원 중단의 이유로 “과학을 무시했다”는 점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백신연맹 측은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은 엄격하고 투명한 독립적인 절차를 통해 모든 가용 데이터를 검토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 전략자문그룹(SAGE)의 권고에 따라 내려진다”고 반박했다.
백신연맹은 세계 어린이들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00년 출범한 국제기구로 78개 저소득 국가에서 11억명이 넘는 어린이에게 백신을 접종해 왔다. 이날 행사에서 영국이 백신연맹에 4년간 17억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을 포함해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가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백신연맹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이탈하면서 2026~2030년 5억 회분의 어린이용 백신을 구매해 최소 800만명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백신연맹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NYT는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레이스에서 미국 내 의사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 백신에 대한 불신은 폭넓게 퍼져 있다. 이 매체는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원조를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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