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흠집 우려 강력 반발하며 맞대응
FBI, DIA 보고서 유출 관련 조사 착수
美 “이란핵 원치 않아” 내주 대화 전망
여세 몰아 비핵화 협상까지 몰아칠 듯
트럼프, 네타냐후 재판엔 “즉시 사면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언이 이번에는 언론으로 향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이 이란 핵시설에 뚜렷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보도를 한 기자가 타깃이었다. 이스라엘-이란의 무력충돌을 끝내고 평화를 일군 게 자신이라는 자부심에 한 치의 흠집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공습 후 이란 핵시설 피해 정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물론 미국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일제히 나서 ‘트럼프의 업적’을 지키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헤이그=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귀국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시설의 파괴가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한 CNN 기자 실명을 거론하며 개까지 들먹이는 막말을 쏟아부으며 “해고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당신들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하기 원하기 때문”에 이같은 보도가 나오는 것이라며 “포르도 핵시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직접 가서 큰 삽을 들고 파보라”고 주장했다. 동석한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의장은 공습 시 폭격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며 공습이 정교하게 계획됐고 실패 없이 이행됐다고 강조했으나 영상의 내용만으로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케인 의장은 군은 전투 피해 평가를 하지 않으며 이는 정보 당국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한 내용은 국방부 정보당국 국방정보국(DIA)의 1차 평가를 취재한 내용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급 기밀인 DIA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사람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며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전에 총출동했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SNS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다량의 신뢰할 만한 정보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최근의 정밀 공격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몇몇 핵심 핵시설은 재건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무기 개발 능력이 수개월 후퇴한 것에 불과하다는 DIA의 1차 평가와 상반된다.

백악관은 ‘이란의 핵시설은 괴멸됐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J D 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주요 각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 이스라엘군 관계자 등의 주장까지 총망라해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힘을 통해 이룬 평화’란 성과가 훼손될까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란을 상대로는 대화 의지를 밝혔다. 다음주 이란과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전에도 요구했던 것으로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여세를 몰아 비핵화 협상까지 완수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합의를 하길 희망한다”며 이란도 준비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였다.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등 개인 비리 혐의와 관련해 “네타냐후의 재판이 즉시 취소되거나, 자기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위대한 영웅’을 사면해야 한다”며 “미국이 네타냐후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사법시스템을 좌지우지하려는 선을 한참 넘는 언급이지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친밀감은 가감 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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