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간혹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상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최근에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내가 읽고 있는 책과 똑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두 명이나 발견했다. 한 번은 카페에서 한 번은 인터넷 서점의 저자 강연회장에서였다. 너무 신기해서 이 책이 설마 베스트셀러인가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이 책의 주요 구매층은 30∼40대였고 여성 남성 독자 비율이 비슷했다. 역시 에코 세대(1979∼1992년 태어난, 베이비붐의 자녀 세대)가 많이 읽는 책이구나 싶었다. 에코 세대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어떤 세대보다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민감하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데 가장 앞장서서 활동하는 세대라고 생각해 온 내 선입견인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책은 로리 파슨스의 ‘재앙의 지리학’이다. 해변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을 쓴 강렬한 표지 이미지가 공포감마저 준다. 이 책에는 ‘기후 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퇴근길에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의 매장에 들러 여름 티셔츠 한 장을 샀다고 하자. 이 책은 소비자가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한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의 티셔츠 한 장이 내 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시간과 거리 그리고 탄소 배출의 여정을 상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은 글로벌화된 불평등한 세계에서는 쓰레기나 플라스틱 등 모든 안 좋은 것을 그저 남의 나라로 내다 버리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고, 저자는 이를 ‘탄소 식민주의’라고 주장한다.
더불어서 오래전에 읽은 조지 오웰이 쓴 르포르타주 ‘위건부두로 가는 길’도 떠올랐다. 석탄을 캐는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것”까지 “모든 게 직간접적으로 석탄을 쓰는 것과 상관이 있다”고 한 말, 바로 그 말이다. 티셔츠 한 장 사는 일이 직간접으로 기후 문제를 포함한 그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면 과장일까. 어젯밤에 내다 버린 쓰레기양이 많았다는 사실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또 뭘 해야 하나, 머릿속이 분주하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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