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레게 머리를 한 히스패닉 청년이 만든 마파두부를 먹어본 적 있는가.
일본 도쿄 시부야역을 나오면 어지러운 대로변 뒤로 철길 따라 일본식 주점 ‘이자카야’가 모여 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소규모 점포들이 밀집하며 자리 잡은 골목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가게들은 일본식 붉은 초롱불과 목재로 내외부를 장식했다.

이곳에서 이색적인 장면을 봤다. 한 주점 앞에서 ‘폭탄 머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프로 머리’를 한 외국인 청년이 호객하고 있었다. 주방에선 레게 머리를 한 히스패닉 청년이 마파두부를 볶고 있었다. 마파두부는 짜장면처럼 중국에서 비롯한 음식이지만 현지식으로 변형돼 일본에선 인기 있는 술안주다. 앳된 얼굴을 한 이들은 타국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에서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어로 호객을 하고, 주방에서 골뱅이 소면을 만드는 모습인 셈이다.
도쿄 곳곳에선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놀러’ 온 게 아니라 ‘살러’ 온 사람들이었다. 특히 편의점 계산대에선 아르바이트하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손님을 응대했다. ‘어서 오세요’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인사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보다 저출생과 지역소멸 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은 2019년 이민청을 신설하는 등 취업이민제도를 전향적으로 개정해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들이고 있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논문에 따르면 일본 한 지역에선 외국적 지방 공무원도 채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소멸해가는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먼바다로 나가는 고깃배, 쇳가루 날리는 공장 등 이들은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일시적 노동력’으로서 살고 있다. 가끔 건설현장 붕괴와 같은 산업재해로 외국인 청년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이들이 주변에 살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한다. 이들에게 한국은 사는 곳이 아니라 잠깐 고생하고 돈 벌러 가는 곳이다.
이런 글에 예상되는 댓글이 있다. 외국인을 들이면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외국인 범죄자 수를 1만2170명으로 집계했다. 한국에서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23년 3만2737명으로 2.7배가량 많았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체류 외국인 수(376만8977명)가 한국(265만783명)보다 100만명 이상 많은데도 말이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과학 유튜브 채널은 ‘대한민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무시무시한 영상을 내놓았다. 일할 청년은 없고 부양해야 할 고령자는 늘어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주장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에 살러 오는 외국인이라도 붙잡아야 한다. 살아볼 마음이 들도록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해야 한다. 레게 머리 청년이 만든 마파두부는 맛있었다. 한국 포장마차에서도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 만든 골뱅이 소면을 먹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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