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분간 통화했다. 고조되던 미중 갈등이 숨고르기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양 정상의 첫 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1시간 30분간 통화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시 주석과 최근에 (미중 간) 체결하고 합의한 무역 협정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매우 좋은 통화를 마쳤다”며 “통화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양국에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90일간 무역 협상을 위해 서로에게 부과하던 100% 넘는 관세를 대폭(115% 포인트) 낮추는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양국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중국이 비관세 조치 해제를 약속하고도 핵심 광물 및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는다며 합의를 전반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국은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일부 품목 수출 통제 및 중국인 미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 차별 조치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양국 정상 통화는 이같은 배경에서 성사돼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제품의 복잡성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해 희토류 문제와 관련해선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 교착된 양국간 협상과 관련해 “양국 협상팀이 곧 결정될 장소에서 만날 것”이라며 후속 협상 계획을 알린 뒤 “미국 대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시 주석은 통화 도중 고맙게도 영부인과 나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으며, 나도 이에 화답했다(reciprocated)”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초청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성사되면 트럼프 2기 초기에 미중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으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는 가드레일을 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간 양국간 갈등이 고조돼온 문제가 어떤 해법을 찾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그에 상응해 중국이 우려해온 문제들에 대해 어떤 답변을 줬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제네바 합의 위반을 주장하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오히려 반도체 수출 관련 통제 강화와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등 ‘차별적 제한 조치’를 하며 합의를 위반했다고 맞서왔다. 양측의 발표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주장하는 ‘차별적 제한 조치’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후속 대화를 하기로 한 이상 해결 국면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이외의 다른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 측은 대만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미국에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소개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미측의 발표가 없었다는 점에서 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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