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대행 체제 첫 경기
부진 빠진 타선 베테랑 물갈이
에이스 곽빈 부상 후 선발 복귀
안방서 KIA에 3-11 대패 수모
상위권 LG·한화·롯데는 승전보
프로야구 두산은 2000년대 들어 ‘화수분 야구’라는 팀 컬러를 앞세워 강팀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체계화된 육성 시스템에서 성장한 젊은 유망주들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가을야구 진출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물론 여러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2015년 김태형 감독(현 롯데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14년 만의 우승 감격을 맛봤다. 특히 그해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가 세 차례 정상에 오르며 ‘두산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2025시즌 두산의 모습은 과거 영광과는 거리가 멀다. 두산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에서 3-11로 져 3연패에 빠졌다. 이날까지 성적은 23승33패3무(승률 0.411)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 LG와는 12경기, 5위 삼성에도 7경기 차나 벌어져 있다. 부진한 성적에 전날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해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첫 경기였지만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두산은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토종 에이스 곽빈이 부상을 털고 시즌 첫 선발 등판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곽빈은 1회부터 제구 난조로 3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1사 만루에서 오선우에게 좌측 2루타를 얻어맞고 2실점한 곽빈은 이어 추가 볼넷에다 황대인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실점이 3점으로 늘었다. 그는 2회부터 안정을 찾았지만 3이닝 동안 66구를 던져 1피안타 5사사구, 탈삼진 6개로 씁쓸한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이 남은 시즌에 반등할 수 있을까. 조 감독대행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야구 인생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역 시절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롯데의 주장으로 개성 강한 선수들을 뭉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조 대행은 은퇴 후에도 코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침체한 팀 분위기를 일신하며 두산의 성적을 끌어올릴 경우 다음 시즌에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수도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2022년 시즌 도중 감독대행을 맡아 안정적으로 팀을 이끈 뒤 2023년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바 있다.
두산은 조 대행체제에 맞게 변화에 들어갔다. 먼저 박석민 타격코치가 이 감독과 동반 퇴진한 가운데 고토 고지 수석 겸 타격코치, 조중근 타격보조코치, 김지용, 가득염 투수코치 등으로 1군 코치진을 개편했다. 마운드도 보강되고 있다. 에이스 곽빈이 이날 복귀전에서는 흔들렸지만 곧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펜 필승조의 핵심 자원인 홍건희도 팔꿈치 부상을 거의 다 털어내 복귀가 임박했고, 좌완 이병헌도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진 타선이다. 최근 키움과 2경기에서 연속 0-1로 지는 등 20이닝 연속 무득점을 할 정도로 득점 생산력이 저조하다. 조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극심한 부진에 빠진 베테랑 타자 양석환과 강승호, 조수행 등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강수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선두 LG는 창원에서 김현수가 3점포 포함 5타수 2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데 힘입어 NC에 15-0 대승을 거뒀다. 2위 한화는 6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거둔 에이스 코디 폰세의 역투를 앞세워 KT를 10-1로 꺾고 LG와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 3위 롯데도 키움에 8-0 완승을 거두며 선두권 추격을 이어갔다. SSG는 7연승을 내달리던 삼성의 기세를 꺾고 6-4로 승리하며 4위로 올라섰다.
이날 열린 5경기에 총 10만356명의 관중이 찾아 2025시즌 KBO리그 총관중이 294경기 만에 500만명(509만9720명)을 넘어섰다. 2012년 332경기였던 종전 최소 경기 500만 관중 기록을 38경기나 줄인 신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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