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막강 권한 기재부 개편 강조
부산 유세 당시 해수부 이전도 밝혀
김문수, 환경부 확대개편 추진 공약
이준석은 산업·중기부 일원화 의지
기재부 공무원 “분할 땐 ‘자리’ 늘어”
우려 목소리 크지만 승진 기대감도
행안부 “대선 결과 나와야 개편 착수”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종관가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처가 쪼개지거나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부처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처가 확대 개편되는 공약이 담긴 부처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우선 ‘기획재정부 쪼개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예산과 세제, 기획 등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 기재부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후보도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과거 기획예산처 체제로 되돌리고 세제와 국고, 국제금융 등 나머지 기능은 ‘재정부’ 또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쪼개기는 정권 초기가 아니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지난 정권에서도 기재부 권한을 축소하거나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권 중반 이후엔 동력이 약해졌다.
21대 대선을 계기로 부처가 쪼개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기재부 공무원들은 우려와 함께 ‘자리’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부처가 쪼개지면 당장 필요한 장·차관과 1급 등 늘어나는 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부처 위상이 낮아지고 정책 실행에 혼선이 올 수 있지만, 당장 승진 티오(자리)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분할될 경우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작성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76억5300만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당선 시 조직 개편이 예상되는 또 다른 부처는 해양수산부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반드시 이전하겠다”며 공약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의 ‘부산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해수부는 1996년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을 통합해 과천에서 출범했으며, 2013년 정부세종청사 5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만약 이번에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출범 이후 두 번째 전면적 이전이자 세종 이전 12년 만에 재이동을 하는 셈이다.
환경부도 부처 개편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 내 기후 조직과 산업통산자원부 내 에너지 조직을 합쳐 탄소중립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운용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게 현실화하면 환경부가 쪼그라드는 건 물론이고 새로 생기는 기후에너지부도 산업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환경부 안팎의 평가다. 다만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선 아직까지 기후에너지부 신설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공약을 내놨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관련 법안을 보면 현 1차관 체제인 환경부를 2차관 체제로 확대해 2차관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총괄·조정 업무를 맡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최근 간부급 공무원 대상으로 각 후보의 조직 개편 공약에 대한 평가를 삼가라는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에서 1년 넘게 장관 자리가 빈 데다 조직·예산이 축소된 여성가족부도 이번 대선으로 다시 한 번 기로에 선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여가부의 명칭 변경과 기능 조정을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공언한 상황이다. 이준석 후보는 통일부 폐지도 10대 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개편 가능성도 지속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현 19부처 체제에서 13부처로 축소하며 산업부와 중소기업벤처기업부를 일원화해 ‘산업에너지부’를 만들자는 공약을 내놨다.
미국 관세조치 등으로 중요성이 커진 통상 업무를 두고 김문수 후보는 산업부 소속 통상교섭본부를 “경제안보교섭본부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은 산업부와 외교부 사이에서 이관을 거듭하다가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후 현재와 같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재탄생했다. 민주당은 통상을 분리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해선 교육부와의 통합, 인공지능(AI)·과학기술·정보통신부총리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고위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국정 운영 방향에 따라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 행안부는 이를 반영해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나 착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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