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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허재호 전 회장 뉴질랜드서 강제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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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6 13:43:28 수정 : 2025-05-26 13: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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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도 뉴질랜드에 장기간 체류 중인 허재호(83) 전 대주그룹 회장이 국내로 강제구인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송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된 허씨에 대해 강제구인 절차에 착수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뉴시스

구인장 집행을 요청받은 광주지검이 허씨가 머무는 뉴질랜드 현지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여권이 말소된 허씨의 강제 송환 절차를 밟기 위해 법무부 관계자들도 검찰과 동행했다.

 

허씨는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지인 3명의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5억여원과 차명 주식 배당금의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재판은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한 허씨가 심장 질환,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7년째 지연 중이다.

 

허씨는 조세 포탈 혐의 재판과 별도로 대주그룹에서 100억여 원을 빼내 전남 담양의 골프장에 넘긴 혐의(횡령·배임) 등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으로 경찰 수사선상에도 올라 있다.

 

그는 과거 500억원대 탈세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귀국, 일당을 5억원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로 '황제노역'이라는 공분을 샀다.

 

거센 논란에 검찰이 노역을 중단시키자 허씨는 엿새간 노역으로 탕감받은 30억원을 제하고 남은 벌금 224억원을 납부했다.

 

허씨는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조세 포탈 사범이다. 허씨는 508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 100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7년 재판에 넘겨져 2011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0년 1월 돌연 출국한 허씨는 수백억원대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뉴질랜드에 머물렀다.

 

해외 도피 중 호화 생활까지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산 허씨는 2014년 3월 국내로 들어와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때 허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하루, 노역장 닷새 등 총 엿새간 구금으로 일당 5억원씩 합산 3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았다.

 

2014년 당시 일반적인 노역 일당은 5만원,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었다. 광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남구 봉선동의 192㎡(58평)형으로 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1·2심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다. 광주지법 형사2부(당시 이재강 부장판사)는 2008년 허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여원을 선고하면서 벌금 미납 시 하루 노역을 2억5000만원으로 환산했다.

 

2심에서 광주고법 형사1부(당시 장병우 부장판사)는 벌금을 절반인 254억여원으로 줄이고, 노역 일당은 두배인 5억원으로 늘려줬다. 약 50일간 노역을 하면 254억원의 벌금이 완전히 탕감되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닷새 만에 허씨의 노역형 집행을 중단했다.

 

이른바 황제노역 판결로 지탄받은 1·2심 재판부장은 모두 임용 이래 줄곧 광주·전남에서만 근무한 지역법관(향판)이었다.

 

허씨 사건을 필두로 판사와 지역 토호 간 유착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향판 제도는 2015년 폐지됐다.

 

노역 중단 후 허씨는 224억원의 남은 벌금을 2014년 9월까지 반년 동안 수십억원씩 나눠 완납했다.

 

추가 탈루와 재산은닉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허씨는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틈을 타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다시 출국했다.

 

이후 허씨는 뉴질랜드에 체류 중인 상태에서 또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에는 지인 3명의 명의로 보유한 보험사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금 총 5억650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법률 대리인만 출석한 재판 과정에서 세금 미납분에 가산금까지 총 10억여원을 납부한 허씨는 강제구인 절차에 순순히 응하며 국내로 돌아올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가 일군 대주그룹은 1981년 창립된 대주건설을 모태로 주택사업 호황기를 맞아 급성장했다.

 

한때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연 매출 1조2천억원대를 기록했으나, 그룹 총수의 사법 리스크와 2007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 및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공중분해 됐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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