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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군용 낙하산·텐트가 원피스로”…코오롱FnC 래코드, 산업 폐소재 재해석한 전시 선봬 [현장]

입력 : 2025-05-18 11:03:19 수정 : 2025-05-18 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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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낙하산은 안전을 위해 일정 기간 사용하면 폐기가 돼요. 버려지는 폐소재로 원피스를 제작했어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한 후에도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한 전시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 COLLECTIVE: MATERIALS)’를 선보인다. 박윤희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 이수’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 COLLECTIVE: MATERIALS)’ 전시장을 찾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한다. 

 

입구부터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엄청난 크기의 원피스였다. 텐트와 낙하산 원단의 거친 환경을 견디는 조직감과 공기와 중력에 반응하는 유연한 특성을 살려 조명 오브제와 의류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군용 폐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원피스 전시물. 박윤희 기자

현장 관계자는 “이 곳은 모든 제품들은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된 에어백용 소재와 군용 소재 등을 활용한 것”이라며 “소재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옷과 패션 소품으로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점은 옷마다 붙어 있는 번호였는데, 어떤 옷에는 ‘4’라는 숫자가, 다른 옷엔 ‘6’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남는 소재를 활용한 만큼 같은 디자인이 6벌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전시는 총 네 가지 산업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대한민국 육군 및 공군과 협업해 수거한 군용 텐트 및 낙하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공급받은 불량 에어백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협업해 회수한 폐의료복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이다. 

 

생산 과정에서 폐기된 에어백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가방도 볼 수 있었다. 에어백의 순간적인 팽창성과 수축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현장에선 동일한 원단으로 제작한 빈백 소파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소재에 대한 이해를 돕게 했다. 

 

의료복의 경우, 병원에서 실제 사용된 후 폐기된 의료복을 모아, 폴리에스터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이를 단일 소재로 재생산한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보여준다.

 

병원에서 실제 사용된 후 폐기된 의료복을 모아, 폴리에스터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한 모습. 박윤희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텍스타일 아티스트 오상민과 협업해 헤라크론 원사를 이용한 설치 작품 ‘소일 투 쏘울(SOIL TO SOUL)’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방탄복, 고성능 타이어코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고기능 소재 섬유 ‘헤라크론’의 형태와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작가는 헤라크론의 특성을 자연 생태계에서 영양분을 퍼뜨리는 ‘버섯 균사’의 구조와 연결 지어, 이를 입체 직조 기법인 3D 니팅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 조형물은 기술 기반의 섬유가 자연의 순환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티셔츠 우측 하단에 '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같은 디자인의 옷이 6벌 있다는 표기다. 박윤희 기자

전시를 즐기며 직접 제작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전시 기간 래코드의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인 ‘리테이블 DIY 워크숍’도 함께 운영된다. 관람객은 전시 소재로 사용됐던 원단 일부를 활용해 키링을 제작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한 후에도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래코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스페이스 이수에서 5월 15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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