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지난 12일부터 시작되었다. ‘TV 토론’은 어제 열린 1차, 23일 2차, 27일 3차 등 세 차례이다. 대통령선거 TV 토론이 당락을 결정한 가장 극적인 사례는 1960년 35대 미국 대통령선거이다. 6500만에서 7000만명을 TV 앞으로 끌어내는 대성공을 거두어 ‘대토론’으로 회자되는 TV 토론을 통해 케네디 후보는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4차례에 걸친 토론이 진행될수록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인지도에서 상대 후보에 뒤떨어졌던 케네디를 지지하게 되었다(‘Politics & television’, Lang & Lang). TV 토론에서 케네디 후보는 젊고 개혁적이고 역동적으로, 닉슨 후보는 초췌한 모습으로 비친 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디어는 정치 캠페인은 물론이고 광고, 여론, 대중문화 등 사회 전반에 매우 강력한 직접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텔레비전은 미디어 세계를 지배해 오던 신문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중이었다. 기술적으로는 뉴미디어, 정보전달력에서는 강한 시각적 소구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기존 미디어가 말 따로, 소리 따로, 그림 따로 전달하는 양식이라면, TV는 말과 소리와 그림을 함께 결합한 콘텐츠를 전달함으로써 다른 미디어를 압도하는 강점이 있었다.
TV 토론은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에 대한 견해와 나라의 운영과 발전 정책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 대조하는 기회이다. 직간접적으로 시민과의 질문과 응답, 의견 교환이 토론에 포함됨으로써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시민들이 ‘아고라 광장’에 모여 주장과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던 참정 민주주의 사상을 계승한다. 또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수단인 ‘공론장’과 ‘공중 토론’의 역할을 담당하여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한 위치에서 공중 토론의 담론을 공유하는 기능을 대신한다.
TV 토론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핵심 수단이다. 유권자들은 TV 토론을 유튜브 등 후보자에 대해 허위보도가 난무하는 ‘편향 보도의 성황’ 속에서 무가공의 ‘원 정보’(raw data)를 통해 후보자의 능력을 살펴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지닌 ‘유식한 유권자’가 되어야 ‘정보에 기초한 판단’에 근거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TV 토론이 후보자의 진실성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후보자를 선택하는 정보를 얻고, 국민의 일체감과 통합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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