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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역동성과 안정성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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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5 22:59:17 수정 : 2025-05-15 22: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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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와 중세 시대를 지나 르네상스가 되면서 미술은 지적이며 창조적인 작업으로 여겨졌다. 작품의 창작이 원근법이나 해부학과 같은 수학적, 과학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미술가들도 인문학자나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 대접받게 됐다.

미술작품이 개개 미술가의 지적인 창조물임을 알리기 위해서 서명도 시작됐다. 미술가의 교육이 지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 기관인 아카데미가 설립됐으며, 교육을 위한 지침서로 회화론, 조각론, 건축론 등의 미술 이론서들도 쓰여졌다.

라파엘로 산티 ‘요정 갈라테아의 승리’(1514년쯤)

이런 배경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산티 등의 거장들이 등장했고, 르네상스 미술은 서양미술사의 정점에 도달했다. 특히 라파엘로는 거대하고 웅장한 원근법적인 공간뿐 아니라 인물들의 자세와 움직임을 강조하는 그림으로도 명성을 날렸다. 그중 하나가 ‘요정 갈라테아의 승리’이다.

라파엘로가 그리스신화의 내용을 주제로 했는데, 고대의 부활이란 르네상스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못생긴 거인 폴리페모스가 아름다운 바다 요정 갈라테아에게 사랑을 구하자, 갈라테아가 두 마리의 돌고래가 끄는 물수레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이다. 그녀를 뒤따르는 요정들을 거인들이 농락하고 있고, 해신들과 큐피드들이 주변에서 어울리고 있다.

갈라테아를 둘러싸고 큐피드, 거인들, 요정들이 대칭적으로 구성됐다. 밑에서 헤엄치는 모습의 큐피드와 맨 위의 큐피드가 대칭을 이루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나팔을 부는 해신들과 요정을 농락하는 거인들도 짝을 이루고 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갈라테아를 중심으로 대칭을 통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큐피드들의 화살이 갈라테아의 심장을 향하고 우리의 시선을 그곳으로 끌어들여 그림 전체의 통일성도 만들어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할 때 놓치기 쉬운 안정적인 구도를 잘 갖췄고, 색채를 통한 감각적인 쾌활함까지 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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