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직전 조사였던 2022년(66.5점)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7점)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이해력은 개인이 일상 속 금융거래를 이해하고, 관련 지식을 실제로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해당 조사는 2012년부터 2년 주기로 시행되어 이번이 7번째다. 이번 조사에서는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금융태도’, ‘금융지식’, ‘금융행위’ 세 가지 영역을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금융태도(53.7점)가 2022년보다 1.3점 상승했지만, 금융지식(73.6점)과 금융행위(64.7점)는 각각 1.9점, 1.1점 하락했다. 특히 금융지식 항목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하락이 전체 점수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지난해 물가상승 둔화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소득별 격차도 확인됐다. 20대와 70대, 저소득층 및 고졸 미만 응답자의 금융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특히 20대는 금융행위 부문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자산관리와 노후 준비에 관심이 많은 50~60대 및 고소득층의 점수는 상승해 계층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은과 금감원은 금융·경제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인플레이션과 금리 등 실생활에 밀접한 주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 이전부터 금융교육 확대를 위한 논의는 이미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학교 현장의 금융교육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 ‘제1차 금융교육협의회’를 주재하면서 고교생들이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을 보다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 확대 ▲지도서·강의안 개발 지원 ▲찾아가는 방문교육 ▲체험형 학습 등 수요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달 28일에는 금감원이 충북도청, 충북교육청,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지역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실질적인 금융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민간 금융 플랫폼인 토스도 발 빠르게 나섰다. 토스는 지난달 29일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 사회적기업 프리웨일과 함께 경계선지능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6개월간 금융습관 형성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하면 금융이해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금융지식의 유무가 개인의 재정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0년대 이후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사이버 금융범죄가 급증했는데, 실제로 건수는 2019년 1만542건에서 2020년 2만24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금융사기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소한의 금융이해력은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금융 방패’ 역할을 한다.
그동안 관계기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노력을 점검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단순한 교육 제공을 넘어 취약계층까지 포괄하는 세심한 접근과 효과적인 홍보전략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하정안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jeon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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