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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6 20:51:28 수정 : 2025-04-06 20: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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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업계 특화매장 바람

저가 커피 브랜드 가세에 경쟁 치열
고택·전통시장 등 활용 ‘공간 혁신’
전시장 꾸미고 고품질 오디오 마련
자연 풍광까지 더해 나들이객 유혹
단순 카페 넘어 휴식·체험공간 변신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골목’을 지나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이 있는 한적한 주택가를 거닐면 깔끔한 분위기의 대저택이 나타난다. 거대한 출입문 한쪽의 작은 문패와 휠체어 이용 고객 안내문에 쓰인 ‘스타벅스’라는 상호만이 이곳이 카페라고 알려준다.

지난달 25일 찾은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스타벅스 리저브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주년을 맞아 10번째로 만든 스페셜 스토어다. 1960년대 지어진 저택을 카페로 꾸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과거 차고지였던 공간에선 MINI(미니) 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본채로 들어서면 서재와 거실, 라운지 등 이전 쓰임새를 활용해 꾸며진 공간이 이어진다. 샹들리에와 벽난로, 계단 등 1960년대 건축물에 있던 장식물을 그대로 남겨 과거와 현대 간 조화도 꾀했다.

스타벅스 ‘더춘천의암호R점’.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달라야 살아남는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독특한 공간을 활용하거나 반려동물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 이색 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카페 시장에서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다. 백화점이 복합쇼핑몰로 변화해 고객 체류에 집중하는 것처럼 카페도 공간을 혁신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 커피 브랜드 덩치가 커지는 등 커피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공간’을 늘려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6일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은 3조1001억원으로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매출 증가율은 2023년 12.9%에서 지난해 5.8%로 떨어졌다. 2021년 10.0%였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4.7%, 4.8%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1%로 반등했는데 스페셜 스토어와 같은 알짜 매장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는 “문화와 공간을 판다”는 스타벅스 철학이 담긴 매장이다. 고객들에게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라 체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결과물이다.

스타벅스는 더양평DT점과 더북한강R점, 경동1960점 등 스페셜 스토어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더 매장은 주변 경관과 아름다운 내·외관 디자인이 어우러진 지역 랜드마크와 비슷하다. 콘셉트 매장은 100년 고택이나 전통시장 등 독특한 공간을 활용했다. 스페셜 스토어에는 평일 1000명, 주말 1500명가량이 다녀간다고 한다.

할리스 ‘북한산DI점’ 야외 펫존. 할리스 제공

◆나들이에 제격인 특화 매장

경기 양주에 있는 가나아트파크점은 국내 최대 미술 에이전시인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만든 아트 컬래버레이션 매장이다. 프린트 베이커리 소속 작가들 전용 전시공간을 마련해 커피를 마시며 예술작품을 볼 수 있게 꾸민 게 특징이다. 강원 춘천에 있는 더춘천의암호R점은 ‘쉼’에 초점을 맞춘 특화 매장이다. 2∼4층 야외 테라스 좌석을 마련해 의암호와 삼악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매장 전면을 통유리창으로 만들었고 프랑스 고품질 오디오를 사용해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북한산국립공원 전경을 만끽할 수 있는 더북한산점과 국내 첫 펫 프렌들리 매장인 더북한강R점 등 대표 매장들도 나들이객을 사로잡고 있다. 대구 중구에 있는 100년이 넘은 고택을 활용한 대구종로고택점은 관광지로 거듭났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안에 있는 경동1960점은 상생의 공간으로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들르는 단골 매장이 됐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는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해 펫 프렌들리 매장을 늘리고 있다. 산책로가 있는 공덕경의선숲길점, 북한산DI점, 제주연북로DI점 등에서 반려동물과의 매장 이용을 지원한다. 전망 특화 매장인 양평북한DI점은 북한강 전경을, 북한산DI점은 북한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차 이용객들을 겨냥한 DT(드라이브 스루)·DI(드라이브 인) 매장도 확대하는 중이다.

재택근무 활성화 추세에 발맞춰 카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오피스 매장도 내놨다. 매장 곳곳에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했고, 노트북 사용이 편리한 좌석 구성이 특징이다. 이디야커피와 투썸플레이스 등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베이커리, 에스프레소, 뷰 특화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화 음료도 한 잔

특화 매장에선 해당 매장에서만 파는 음료와 음식을 마련해 고객들의 재미를 더한다. 스타벅스 더춘천의암호R점에선 춘천의 낮과 밤을 본떠 만든 ‘의암호의 초록빛 자몽 피지오’, ‘의암호의 보라빛 라벤더 티 라떼’를 선보였다. 춘천 대표 먹거리인 닭갈비와 강원도 특산물 감자를 샌드위치로 만든 닭갈비 샌드위치, 감자 케이크 등도 만날 수 있다.

장충라운지R점은 국내 처음으로 믹솔로지 바를 도입했다. 에스프레소와 콜드브루, 라떼 등을 칵테일로 재해석한 음료가 제공된다.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와 프렌치 바닐라 크림, 제주팔삭 셔벗을 곁들인 음료 3종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플레이트’는 지점 인기 메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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