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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근육 키운 50대, 15년간 먹던 수면제 끊는데 성공” [건강+]

입력 : 2025-03-17 07:00:00 수정 : 2025-03-16 2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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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불면증 환자 ‘수면 능력’ 갖추는 것 중요
인지행동치료만으로 충분히 개선 여지
매주 30분 전문가 상담 통한 실천 가능
만성 땐 오히려 ‘잠에 대한 집착’ 버려야

잠 많이 자는 건 질병의 신호일 수 있어
억지로 줄이려 애쓰기 앞서 검진 필요

“밥을 반 공기도 못 먹는 사람에게 소화력을 높여야 한다며 한 공기 반씩 먹으라고는 하지 않죠.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가며 소화기능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걸 모두 압니다.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수면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때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지난 13일 만난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장애 환자가 수면제에 의존하기보다 수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 환자는 83만5223명으로 2014년(41만3194)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보통 적절한 수면이라고 하면 전체 수면 시간만 떠올리지만 수면에 대한 평가는 양뿐만 아니라 질과 리듬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일반 성인에게 권장되는 수면 시간은 평균 7~8시간. 물론 개인에 따라 이보다 적거나 많이 자는 경우도 있다. 주중 수면량이 평균보다 적다면 ‘주말 몰아 자기’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주말에 몰아 자기를 한다면 몸이 적응하며 이겨내는 힘이 있을 뿐, 주중 수면 양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 수면 역시 심혈관질환에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다만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질병의 신호일 수 있기에 이때는 잠을 억지로 줄이기보다 질병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의 총량이 들쑥날쑥하거나 수면 시작과 종료 시각이 일정치 않은 등의 수면 리듬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윤 교수는 “수면 관련 연구는 일관되게 수면 리듬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나온다”며 “수면 리듬이 규칙적인 사람들은 사망률이 20~48% 낮고, 수면 시간 변동 폭이 60분 이하인 사람에 비해 변동폭이 2시간 이상인 사람은 심장질환 발생 확률이 33% 더 높다는 연구들이 최근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면장애는 크게 △자고 싶지만 잠을 못 자거나(불면증 등) △낮에 지속해서 졸린 증상(기면증 등) △수면 중 발생하는 문제(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 등)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불면증은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충분히 개선된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고, 수면 중 자주 깨며, 일찍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의심할 수 있다.

“불면증의 시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보통 직장이나 가정, 인간관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시작되죠. 그러나 불면증이 만성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과다 각성’과 ‘조건화된 각성’입니다. 과다 각성은 스트레스와 불면을 처음 촉발한 요인이 사라져도 이후 잠에 못 드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문제예요. 이로 인해 높은 각성 상태가 발생해 불면증이 악화합니다. 또 불면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침대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각성 상태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런 게 바로 ‘조건화된 각성’이죠.”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불면증 환자는 잠이 들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런 집착에 가까운 ‘짝사랑’ 같은 행동은 잠을 더 멀어지게 만든다”며 “잠이 안 들면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 독서나 음악감상 등 마음 편안한 일들을 하는 등 수면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인지행동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윤 교수는 만성 불면증이 시작되면 오히려 ‘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위생, 자극조절요법, 수면제한요법으로 이뤄졌다. 수면위생은 빛과 소음이 없는 쾌적한 수면환경을 만들고, 낮잠을 피하며, 술, 카페인, 담배를 삼가는 등 일반적인 수면습관을 의미한다.

자극조절요법은 누워서 10∼15분 이내 잠이 안 든다면 잠이 노력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밖에 나갔다가 졸릴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가게 하는 행동치료다.

또 수면제한요법은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는 환자가 있다면 새벽 4시까지 거실에서 기다리도록 한다. 이때 독서나 음악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욕구가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수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수면 근육’을 키우는 방식이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각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환자의 각성은 오히려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약이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반면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 환자 70% 이상에서 장기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실천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실천법을 찾기 위해 매주 30분씩 전문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세션은 10회 정도. 그러나 국내에서 인지행동치료는 수가가 낮아 대부분 불면증 환자는 수면제 처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50대 환자가 ‘교수님, 수면제 안 먹게 해준다는 말에 시작했지만 솔직히 믿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환자는 15년째 수면제 4∼5개를 먹고도 수면 시간이 4시간에 그쳤던 상황이었죠. 저와 인지행동치료 4주째 수면제 없이 6시간 수면에 성공했습니다. 많은 환자가 치료 이후 ‘6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꿀잠을 잤다’고 행복해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행동 교정을 통해 각성을 낮춰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향후 재발하더라도 다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만큼 환자 치료에 적극 활용돼야 합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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