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간식인 줄 알고 무심코 먹었다가 병원行… ‘대마젤리’ 주의보

입력 : 2024-05-06 19:03:01 수정 : 2024-05-06 19:54: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내 변종마약 복용 사례 속출

마약 성분 든 쿠키·젤리 섭취 후
어지럼증·통증 등 호소 늘어나

SNS·직구 통해 손쉽게 구매 가능
“주문부터 수령까지 한 시간 안팎”

시중 제품과 유사… 구분 어려워
일부 자신도 모르게 섭취 가능성
N차 범죄 악용 우려… 주의해야

지난달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에서 젤리를 나눠 먹은 30대 남성 4명 중 2명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같은 달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가족과 젤리를 나눠 먹은 20대 남성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이 먹은 젤리엔 대마 성분이 함유돼 있었다. 출동한 경찰이 이들에 대해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모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국내에서 마약 성분이 든 젤리나 쿠키 등을 먹었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진 변종 마약이 국내에 반입되면서 이를 복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생김새만으론 마약 성분 여부를 알기 어려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 젤리 등을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 기호식품으로 둔갑한 마약이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취재진이 국내에서 대마 젤리 구매 경로를 검색엔진을 통해 조회한 결과 판매자의 텔레그램 계정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판매자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대마 젤리 주문부터 수령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그는 “최소 두 정부터 구매가 가능하다”며 제품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대마 성분인 ‘HHC’나 ‘THCP’ 등이 함유된 젤리나 초콜릿을 검색하자 해외 직구 사이트가 조회됐다. 해외 사이트뿐만 아니라 국내 한 유명 쇼핑몰에도 반입 차단 원료인 ‘Hemp(헴프·가공된 대마)’가 함유된 ‘햄프 젤리’가 버젓이 노출돼 있었다.

대마 씨앗의 껍질을 제거하는 방식 등으로 대마 성분을 모두 없앤 헴프시드 젤리·오일은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이런 기준에 대한 적합 여부를 개인이나 쇼핑몰이 확인하거나 입증하긴 어렵다.

해당 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해외 헴프 제품이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상품 성분 설명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모니터링 조처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쇼핑몰에서 삭제된 상태다.

마약류가 기호식품 형태로 일상에 퍼지면서 ‘N차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마 젤리나 쿠키 등에 주로 쓰이는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미국이나 캐나다, 태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합법화돼 건강 보조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대마 젤리는 유명 젤리인 ‘하리보’와 겉보기엔 다르지 않아 성분명이 명확히 표기되지 않으면 구분도 쉽지 않다.

관세청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캐나다, 태국, 우루과이, 몰타 등 대마 합법화 국가를 중심으로 젤리, 초콜릿, 오일, 화장품 등 기호품 형태의 대마 제품이 제조·유통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속여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주범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마약 음료를 빌미로 돈을 뜯어낼 목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3년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공개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40대 주부 정모씨는 “젤리는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건데 마약 제품인지 구분도 안 돼서 걱정된다”며 “홍보지에 끼워 주는 사탕이나 젤리도 위험해서 못 먹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 겸 마약퇴치연구소장은 “흡수 속도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마 젤리도 같은 환각 효과가 나타난다”며 “변종 마약이 나올 때마다 범죄로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됐는데 어린이가 대상이 될 수 있어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어떤 형태든 마약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중독성이 있고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이예림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해맑은 미소'
  • 공승연 '산뜻한 발걸음'
  •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